북한의 '보이는 손', 식량 악화 부추기나
입력 2023.02.17 05:00
수정 2023.02.17 05:00
北, 당국 차원서 식량 통제 강화
코로나로 시장활동 어려운 상황서
개인 곡물거래 단속까지 벌여
식량 조달 여건 자체가 나빠져
북한이 정치·사회문화 분야는 물론 경제 부문에서도 중앙통제 강화를 꾀하는 가운데 지난해 연말부터는 개인 간 곡물거래까지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빠듯한 식량 사정에 당국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지만, 시장에 역행하는 '보이는 손'이 부작용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이 재작년보다 줄어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현재 식량 사정이 심각하거나 (향후)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북한 당국이 작년 말부터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추정하는 지난해 북한 식량 생산량은 451만t으로, 재작년(469만t)보다 3.8% 감소한 수치다.
다만 해당 당국자는 "시기적으로 아직 연초이기 때문에 작년에 생산된 곡식들이 소진됐을 시기는 아니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북한이 식량에 대해 당국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 기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작년 가을부터 식량 공급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2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개최해 △양곡 관련 수매 및 공급사업 개선 △양곡 정책집행 저해 현상과의 투쟁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해당 회의 이후 북한 당국은 △개인 간 곡물거래 단속에 나선 것은 물론 △시장가격보다 크게 낮았던 당국의 곡물 수매가격을 '현실화'하고 △양곡판매소를 통해 수매한 곡물을 시장가격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서 판매해왔다.
하지만 관련 조치가 장마당에서의 주민 간 자유로운 거래를 위축시켜 식량 조달 여건 자체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예전엔 장마당을 통해 식량이 거래되고 거기에서 상대적으로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린 새로운 양곡정책이 식량 조달 여건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방역 조치에 따라 장마당 운영시간이 단축되고, 일부 방역 취약시설이 문을 닫는 등 시장활동 자체에 제약이 생긴 상황에서 개인 간 곡물거래마저 어려워져 밀거래가 늘어난 것은 물론, 장마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 소득감소까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개인 간 곡물거래를 전면 통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어떻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듯하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장마당을 통한 식량 거래가 예전처럼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양곡정책이 "당초 계획대로 원활히 (운영)되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 당국 역시 관련 문제점을 인식한 듯 이달 하순 농업 부문에 초점을 맞춘 전원회의를 소집한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도 나름대로 여러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북한이 2월 하순 새로운 전원회의를 예고하면서 농업 문제에 대해 '절박한 문제'라고 표현한 바 있다. 관심을 가지고 계속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