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北전달 800만 달러…檢 이재명 '직접뇌물' 혐의 기소 검토
입력 2023.02.06 10:11
수정 2023.02.06 10:14
스마트팜 개선사업 비용 '제3자 뇌물', 이재명 방북비용은 '직접 뇌물' 적용 검토중
김성태, 북한 스마트팜 개선사업 비용 500만 달러 전달…이재명 방북비용은 300만 달러
직접 뇌물, 제3자 뇌물과 다르게 '부정한 청탁' 여부 입증되지 않아도 범죄 성립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소송 삼성그룹 대납 사건과 유사…당시 유죄판결 확정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북한 측에 전달한 800만 달러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를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북송금 관련 이 대표에게 적용될 혐의는 '제3자 뇌물'이라는 것이 중론이었으나, 검찰은 이 대표 방북비용 명목으로 김 전 회장이 북측에 건넨 300만 달러에 대해 직접 뇌물 혐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과 4월 북한 스마트팜 개선사업 비용 대납 명목으로 북측에 건넨 500만 달러에는 '제3자 뇌물' 혐의가, 같은 해 11~12월 이 대표 방북비용 명목으로 전달한 300만 달러에는 '직접 뇌물' 혐의가 각각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 대표를 두 가지 혐의로 소환조사한 뒤 기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경기도는 북한 스마트팜 개선사업에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 바 있다. 하지만 도의회의 반대 등으로 자금조달이 막히자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5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전달하고 경기도에서 대북사업 관련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재직 당시 관내 기업의 인허가 요청을 들어주고, 성남FC에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비슷한 형태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가 직접 후원금을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 방북비용 명목으로 김 전 회장이 북측에 건넨 3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직접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다음 대선을 위해 방북을 원하니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리호남이 "방북하려면 벤츠도 필요하고 헬리콥터도 띄워야 하니 500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고, 김 전 회장이 "300만 달러로 하자"고 하며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1~12월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건넸고,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 방북 요청' 공문을 북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인은 "형식적으로는 300만 달러가 제3자인 북한 측에 전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북측이 이 대표 방북과 관련해 요구한 '뒷돈'을 김 전 회장이 북측에 대신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 대표에게 제공한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이 아닌 직접 뇌물 혐의가 적용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직접 뇌물은 제3자 뇌물과 달리 '부정한 청탁' 여부가 입증되지 않아도 범죄가 성립한다.
유사한 범죄에 대해 처벌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그룹이 대납했다는 사건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지만 대법원은 그가 직접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유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