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vs. 대형마트, 뛰는 물가 잡는다…“소비자 발걸음 돌릴까”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6.16 07:29
수정 2022.06.15 16:15

편의점 비싸다는 인식 지우고 새로운 포지션 선회

대형마트 강점 '구매력' 앞세워 소비자 부담 줄여

이커머스로 떠난 소비자 되찾으려는 전략도 깔려

대표 상품 할인으로 유인, 관련 상품 파는 효과도

유통업계가 고(高)물가 잡기에 나섰다. 치솟는 물가를 잡고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포장 채소부터 정육까지 가격을 낮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고 뚝 끊긴 소비자 발 길을 돌리려는 전략도 녹아있다.


편의점 GS25는 최근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지난 13일부터 GS더프레시(GS수퍼마켓)에서 운영하는 초저가 상생 PB(Private Brand: 자체상표) 리얼프라이스 공산품 6종을 차례로 도입했다. 리얼프라이스는 일반 상품의 70~80% 가격으로 판매하는 초저가 브랜드다.


편의점 CU도 소포장 채소 시리즈 ‘싱싱생생’을 선보였다. 싱싱생생 채소 시리즈는 마늘과 대파 등 밥상에 주로 오르는 세척된 채소 15종을 1~2끼 양으로 소분해 판다. 채소류 전문 유통사인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와 BGF리테일이 직접 거래해 유통 마진은 최소화했다.


특히 CU는 ‘런치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도시락, 삼각김밥, 컵라면 등을 최대 6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에 돌입하기도 했다. 최근 외식물가지수가 오르며 점심 값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부담을 완화 시켜주기 위한 일환이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말부터 식품을 중심으로 초특가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마트24는 아이스크림 등 여름 시즌 상품을 중심으로 5월부터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이달에는 비빔면과 음료 등 1600여종의 상품에 대해 ‘1+1’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통상 편의점 업계는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단순히 할인 프로모션에서 벗어나 ‘초저가’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유통업계 내에서 포지션을 완전히 새롭게 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물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3중고’가 지속되며, 직장인들의 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막을 내리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도시 봉쇄 등으로 유가,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을 경우 고객들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특히 소분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많이 때문에 1~2인 단위의 소형 가구도 부담없이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대형마트 대비 바잉파워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전국 편의점 6만개시대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확보된 상황”이라며 “특히 직거래 등의 방식으로 통해 효율도 높아져 가격 경쟁력도 한층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업계 역시 대대적 할인전을 통해 물가 안정에 총대를 매고 나섰다. 대형마트 만의 ‘바잉파워(구매력)’를 발휘해 할인 행사에 착수했다. 편의점과 달리 일시적인 프로모션이 아닌 연중 행사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채널로 자리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대형마트의 노력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하는 전략이 담겨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수의 소비자들을 이커머스에 빼앗겼던 대형마트들이 대규모 직매입 등으로 신선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이들을 되찾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이머커스와 편의점 등에 밀려 고전해 왔다. 여기에 신규 출점 및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역시 대형마트의 부진을 부추겼다. 최근에는 적자를 견디다 못해 폐점 수순까지 밟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통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신선식품마저 새벽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시장에 잠식당하기 시작하면서 대형마트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이 밖에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침체, 1인 가구의 증가 등 각종 악재가 커지면서 대형마트 업계를 전반적으로 위기로 몰아넣었다.


업계는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 특단의 조치에 들어갔다. 핵심은 신선식품 강화다. 농촌 및 어촌과 직거래 통로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온라인 업체와 마찬가지로 배송 속도뿐 아니라 신선함까지 챙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농어촌 등과 직거래 배송 협약을 맺고 산지에서 직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주문한 뒤 원하는 마트 매장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는 물론, 매장을 거점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도 병행 중이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매장까지 운송하는 유통망과 냉장 및 냉동 등과 같은 보관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이커머스보다 부담이 덜하다. 대량 매입이 가능해 직매입 규모를 키우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편의점업계와 마찬가지로 상시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일례로 대형마트 3사는 지난 8일 일제히 ‘육육(肉肉)데이’ 할인 행사를 전개하며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물량을 공급하는 이커머스들과 달리 대형마트들은 산지에서 직매입을 통해 신선한 상품을 대규모로, 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고 있어 최근 물가 급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대형마트라고 하면 소비자들 인식이 과거의 ‘할인마트’의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결국에는 마트들이 물가안정의 최전선에서 가격 방어를 위해 버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부분도 존재한다”며 “향후에도 다향한 할인정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