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논란 재점화…“무분별 확대 vs. 소비자 편익”
입력 2022.05.18 06:48
수정 2022.05.18 10:17
해열제 등 13종…2018년 이후 확대 논의 중단
코로나19 검사키트 판매 허용·새 정부에 기대감↑
전문성 떨어지고 일부 산업 잠식한다는 비판도
접근성 좋아 소비자 니즈 충족
편의점 업계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안전상비약 판매 품목 확대’가 또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편의점 판매를 일시 허용하는 등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바라보는 눈치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2018년 8월 이후 중단된 ‘안전상비약 지정 품목’ 조정 재개를 새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 품목이 확대될 것이라는 업계 기대감이 높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제도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됐다.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심야 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현재 의사 처방 없이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상비약은 타이레놀, 훼스탈 등을 포함해 총 13종이다.
시민단체와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 편의성 증진을 위해 편의점 내 비치 상비약 품목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인 대한약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안전상비약 지정 심의위원회는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약사들의 반발로 2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이 크게 늘고 있고, 이를 디지털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들이 손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가속화되는 해외와 대비되면서 지금처럼 품목을 규제해서는 국내 제약 유통 혁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집계를 보면 미국은 3만여개, 일본은 2000여개 상비약을 처방전 없이 일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일본은 이 같은 상비약을 1만여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시가 2018년 12월 감기약 등 62가지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도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난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두 달 동안 한시적으로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가 없는 편의점 점포에서도 자가검사 키트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공급을 위해 전국 5만여 편의점에 키트 판매를 허용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약국 휴무시 이용은 물론 약국이 없는 시골, 유원지, 학원가 등 의료 환경이 부족한 곳에서 고객의 응급상황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나 약사가 아닌 전문 지식이 없는 편의점 직원이 의학적으로 조언을 내릴 수 없는 데다, 약물 오남용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매출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비약 매출의 경우 전체 매출이 100%이라고 하면 0.1% 수준에 불과하다”며 “상비약 품목 확대는 편의점의 24시간 영업이라는 기능적 측면을 더 강화하려는 취지다. ‘편의점이 돈 벌려고 욕심낸다’라는 프레임은 얼토당토 않다”고 말했다.
특히 편의점 업계가 너무 무분별하게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세탁 서비스, 홈택배 서비스 등 업계의 최대 장점인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서비스를 취급하고 있는 데다,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변화한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만큼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비스 확대를 통해 모객효과를 높이고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일부 산업을 잠식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편의점의 사회적 기능이 변화했다”며 “이제 편의점에서 먹거리만 찾는게 아니라 생활 편의 서비스도 가깝고 편리하게 누리길 바라는 소비자 니즈가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