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대위기①] 13년9개월 만에 ‘최대’…원재료부터 외식까지 천정부지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2.06.09 06:51
수정 2022.06.09 14:18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난 심화, 공공요금 인상도 한 몫

고삐 풀린 식탁물가에 저소득가구 가처분소득 절반가량 식비로

유통가 연일 할인행사 열지만 역부족, 10원 전쟁 재현 우려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치솟는 밥상물가에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밀, 옥수수 같은 원재료부터 가공식품과 외식 그리고 공공요금 인상까지 사실상 전방위 인상에 기업들도 속수무책인 상황. 장보기부터 외식까지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상황에 부담이 커진 소비자와 식품‧외식기업들의 고민을 듣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무섭게 가파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전년 동월보다 5.4% 상승했다.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5월 상승률이 2.6%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해바라기씨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최근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면서 가공식품은 물론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까지 줄줄이 가격이 오른 탓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등 인상으로 외식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유래 없는 고물가 시대를 맞게 됐다.


공공요금 인상 본격화, 1년 간 상승률 약 10% 수준


공공요금 인상도 밥상물가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이전 정부에서 미뤄온 공공요금 인상이 지난달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하면서 물가 인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품목 성질별로 소비자물가지수를 따졌을 때 전기‧가스‧수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5월 98.20에서 올해 5월 107.62로 상승률이 9.6%에 달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5.4%)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밥상물가와 직접 연관이 있는 농축수산물(4.2%)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도 6~7월은 5%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고,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간 내 6%대 상승률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급격히 상승한 물가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다른 비용에 비해 식비는 줄이기가 어려운 만큼 밥상물가 상승은 예민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최근엔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추가적인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가처분소득(84만7039원) 가운데 식료품·외식비(35만7754원) 명목 지출이 차지한 비중은 42.2%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집에서 소비하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25만1783원, 외식 등 식사비 지출이 10만5971원이었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전체 소득 가운데 세금 등 필수 지출을 뺀 가처분소득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식비로 지출한 셈이다.


대체재인 수입산도 가격 급등…삼겹살 1인분 2만원 시대


보통 작황 등의 이유로 국내 물가가 인상될 경우 수입산 등 대체품을 통해 물가 안정에 나섰지만,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난마저 심화되면서 물가 인상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 메뉴인 삼겹살이다. 여름 휴가철 수요가 급증하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이유도 있지만 국제곡물가 상승에 따른 사료 가격 인상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체제인 미국‧호주 등 수입산 소고기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70~80% 상승하면서, 삼겹살 가격은 1인분에 2만원 수준까지 치솟는 등 금겹살로 불릴 정도다. 여기에 지난달 강원도 홍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하면서 앞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물가가 오르면 수입산을 늘리는 식으로 정부가 물가를 잡아왔는데 최근에는 수입산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물가를 잡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연일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기업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한 때 10원 전쟁으로 불렸던 유통가 최저가 경쟁이 시작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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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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