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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프리카돼지열병 공포…외식업계, 물가상승 속 겹악재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5.31 07:03
수정 2022.05.30 18:28

강원 홍천서 올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3월 초 100g 2151원하던 삼겹살 현재 2915원 35.5%↑

농식품부, ASF 확산 차단 사활…향후 3주 방역 분수령

외식업계 ‘설상가상’ 반응…영업 환경 둘러싼 어려움 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최근 강원 홍천군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돼지 농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외식업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수급에 차질을 빚거나 관련 식품 소비가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강원 홍천군 양돈농가에서 ASF가 발생했다. 가축 방역당국은 해당 농가에서 사육하던 돼지 1175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 중이다.


ASF은 전염되기 쉽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과 호흡 곤란을 거쳐 일주일 안에 대개 사망하기 때문에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2019년 9월에는 경기도 파주·연천·김포, 인천광역시 강화까지 확산돼 방역당국이 긴장한 바 있기도 하다.


ASF 발생으로 가뜩이나 비싼 돼지고기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지난 3월4일 100g당 2151원에서 지난 26일 2915원으로 무려 35.5%나 껑충 뛰었다.


서민 음식이라던 삼겹살 가격은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치솟은지 오래다.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등 수요가 급증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료값이 뛴 게 원인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도축이 줄고, 돼지고기 공급이 감소해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ASF 잠복기가 4일에서 최장 19일에 달해 향후 3주간이 방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ASF가 처음 국내에서 발생한 2019년과 같이 전국 양돈농장으로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공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가격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물가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돼지고기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2019년 돼지고기 경매가격이 하루 만에 28%나 치솟은 바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는 ‘설상가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호재없이 악재만 잇따른다는 하소연도 뒤따른다. 최근 식자재 가격급등에 인건비 부담까지 영업환경을 둘러싼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또 한번 외식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작용하진 않을지 향배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여름철 위생관리로 골치가 아픈 상황에서 겹악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ASF 장기화에 따른 걱정이 가장 크다. 소규모 음식점의 경우 재고가 적어 돼지열병 확산으로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곧바로 매입 비용 인상으로 이어져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 소비 위축과도 직결돼 타격을 피할수 없게 된다.


돼지열병 방역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양돈업에 그치지 않고 사료산업, 식품산업, 외식업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장기화 될 경우 돼지고기가 원재료인 햄, 돈가스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육점이나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외식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보통 돼지고기 소비는 여름에 정점을 찍다가 연말에는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대목 장사를 놓칠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급기야 쌈 채소 가격도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른 더위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채솟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청상추의 경우 100g당 986원으로 평년동기(742원) 대비 32.9% 뛰었다.깻잎(100g)은 2390원으로 평년동기(1694원)와 비교해 41.1% 가격이 상승했다.


삼겹살 집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당장 채소값부터 안 오른게 없을 정도로 다 오른 상태에서 안 파는게 오히려 이득일 만큼 손해보는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돈가스나 이쪽도 조리 특성상 냉동육을 쓸 수 없어서 비상사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50대)씨도 “거래처에 알아보니 ㎏당 돼지고기 가격이 2000원가량 올랐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 가격을 동결해 나갈 생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이른바 ‘먹거리 괴담’도 자영업자들의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ASF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어서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지만 근거 없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쌈밥 집을 운영하는 최모(40대)씨는 “돼지열병은 사람에게는 해가 없지만 소비자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돼지고기를 먹는 것 자체를 찝찝해 한다”며 “업계와 지자체가 돼지고기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시식회 등을 열어도 이 시기 경제적 타격은 어쩔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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