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정말 열렸나?…항공사들, 해외여행 기대감 폭발에도 '울상'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입력 2022.04.05 15:40 수정 2022.04.05 15:56

'이번 여름엔 해외여행?' 심리는 회복하지만

입국시 PCR 검사 의무는 여전

가족단위 여행객은 해외여행 꿈도 못 꿔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되면서 해외여행 심리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정상화를 꾀하고 있지만, 입국시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의무가 풀리지 않아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는 더디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항공기 좌석점유율 등 공급 관련 규제로, 수요가 회복하더라도 항공사라 이를 받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부터 주 3회 하와이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인천~하와이 노선 운항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비운항 조치가 내려진 후 처음이다. 정부의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 이후 중장거리 노선이 복항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의하면, 지난달 인천공항을 통해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40만 7672명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9만 1520명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12월 이후 두 번째로 국제선 이용 여객수가 4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620만1724명)과 비교하면 6.57% 수준으로,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항공업계는 지난 3년 동안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억눌려 있던 만큼 폭발하는 항공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동시에, 여객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딘 것에 대한 우려도 갖고 있다.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공격적으로 여객 확보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할 때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해외여행의 가장 큰 장벽으로 지적된다. 현재 대부분의 회복수요는 신혼여행이나 출장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수요'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객 수요의 중심축인 '가족 단위' 여행객의 경우 PCR 검사로 인해 여행을 계획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나 학생들은 해외에서 입국할 경우 격리를 해야 한다"며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은 동남아시아나 휴양지의 수요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는 PCR 검사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몽골은 지난달 14일부터, 영국은 지난달 18일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입국 제한 조치를 모두 해제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의 경우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안티젠)만으로도 입국이 가능하다.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40개다.


수요 본격 회복돼도 '산 넘어 산'…"항공기 운항 횟수 증대 조치 반드시 필요"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수요가 회복하더라도 항공기 좌석 점유율 제한과 슬롯 제한(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이라는 산도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국제선을 인천공항에서만 뜨고 내리도록 일원화하고, 시간당 도착편수를 코로나 이전 40대에서 10대로 제한한 바 있다. 좌석 점유율도 70%로 제한해뒀다.


그나마 열린 하늘길마저 매일 뜨던 비행기가 주3회 뜨는 식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한다면 항공사가 수요를 받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부문의 여행 수요가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지만 한국은 전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항공 수요 회복과 더불어 시의적절한 항공편 운항 횟수 증대를 위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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