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가수들의 음악 영화 도전…흥행보단 존재감만 새겨도 '절반의 성공'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2.14 07:53
수정 2022.02.13 13:54

'리프레쉬' 16일 개봉·'아이돌 레피시' 3월 개봉

전, 현직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가수들이 음악 영화로 극장 문을 두드린다. 처음 연기에 도전하며 전통적인 극 영화가 아닌 음악영화라는 외피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 어색할 수 있는 연기의 쿠션 역할을 노렸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완성도가 높지 않아 흥행보다는 연기에 도전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개봉하는 '리프레쉬'는 KCM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진 음악 영화다. 2000년대 잘 나갔던 가수 케이가, 재기를 노리던 중 국립 마음 치유센터 환자들의 음악 치료를 담당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KCM과 친분이 있던 김영길 감독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었으며, 주연까지 KCM에게 맡겼다.


'리프레쉬'는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뮤직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전성기를 지나 한물간 가수 케이가 마음이 떠밀리듯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음악 선생님이 되고, 이들과 가까워지면서 잊고 있던 서로가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KCM은 스크린 첫 데뷔임에도 꽤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을 끌어간다. 실제 자신의 이야기로 극이 구성된 만큼, 캐릭터의 이해가 수월하다. 보는 이들도 케이를 KCM이라고 생각하고 몰입할 수 있다. 또 영화가 '뮤직 테라피'를 표방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감정이나 내면 연기가 필요한 장면들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감상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매니저로 등장하는 홍경인의 공도 컸다. 연기 30년 경력을 가지고 있는 홍경인의 연기는 영화가 KCM의 옆에서 조화롭게 감초 역할을 한다.


AOA 찬미도 국립마음 치유센터에서 사고로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현주로 등장하는데,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인물이란 설정으로 극에 무리 없이 녹아든다. 다만 트라우마가 발발해 괴로워하는 모습 등 연기력을 요하는 장면에서는 빈틈이 보인다.


만듦새는 그동안 스크린에서 봐왔던 상업 영화와 OTT로 만들어진 영상물과 비교하자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음악 영화지만, 음향 부분에서 사운드가 풍부하지 않고, 중간중간 잡음도 끼어있다. 전성기를 지난 가수의 고민이 지나있다는 부분에서도 KCM의 실화로 진정성은 있지만, 가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으로 신선하지 않다.


이지훈을 필두로 달샤벳 출신 천우희, B,A.P 출신 종업, 소나무 전 멤버 나현, JBJ95 켄타, 느와르 유호연, 엘리스 소희가 출연한 '아이돌 레시피'의 경우는 연출의 완성도가 더 처참하다.


‘아이돌 레시피’는 소속사의 냉대로 오합지졸이 되어버린 무명 아이돌 그룹 벨라가 자신들을 팔아 치우려던 악덕 매니저 배재성(이지훈 분) 과의 갈등 끝에 화합을 이룬 후 빌보드까지 도전하는 뮤직 영화다.


배재성이 술에 취한 후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1월 1일 길바닥에서 깨어나고 벨라를 다른 소속사에 팔기 위해 받은 계약금 10억의 향방을 찾는 것이 전개 방식이다. 짝퉁 가수 켈리는 술에 취한 채 벨라에 합류를 약속한 배재성을 따라다니며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빛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벨라의 재계약을 앞둔 고충, 성공에 대한 갈증 등은 노래로 전달된다. 벨라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과 심경을 담은 퍼포먼스를 펼치며 영화 속 공연을 펼친다.


이호성 감독은 기본적으로 줄거리를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는 한국 영화의 방식에서 탈피해 음악과 기억, 캐릭터의 감정 등을 토대로 극의 흐름을 타는 방식을 취했다. 또 1월 1일과 12월 31일을 교차편집되며 무언가 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궁금증을 유도하지만, 이 실험적인 시도는 엉성한 연출력에 가려진다.


가수 이지훈이 매니저 배재성 역을, 배우희가 짝퉁 가수 켈리, 유호연이 벨라의 리더 도영, 소희가 송지안, 나현이 제니아, 켄타가 레기, 문종업이 장준을 연기했는데, 뮤지컬과 배우로 경력을 쌓은 이지훈과 배우희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배우로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각자의 퍼포먼스 부분에서는 기량을 살려냈지만 벨라로 보여주는 공연은 엉성하다. 안무 대열도 맞지 않고 팀으로서 케미스트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오합지졸이다. 이런 벨라가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빌보드까지 도전한다는 설정은 억지스럽게 다가온다.


가수 출신의 스크린 도전은 낯선 일이 아니다. 연기돌로 승승장구해 대작들의 러브콜을 받기도 하지만, 음악 영화에 도전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통 음악 영화의 줄거리는 무명의 가수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꿈을 찾는 구조를 자주 택하는데, 연기도 음악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음악 영화 자체가 극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관객의 외면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산다라박은 '원스텝', 엑소의 찬열은 '더 박스', 틴탑의 니엘은 '스웨그'를 찍었지만 혹평 속에 스크린 도전을 마감해야 했다.


'리프레쉬'와 '아이돌 레시피'도 흥행이나 연기력 호평이라는 성과보다는, 자신들의 필모그래피에 영화 한 줄 더해진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프레쉬'의 KCM, '아이돌 레시피'의 배우희는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가수로서의 재능을 한 껏 펼치며 존재감 새기기에 성공했으니 이들 정도만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