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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역주행도 거뜬”…틱톡, 어쩌다 음원차트의 보이지 않는 손 됐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2.13 08:40 수정 2022.02.12 17:41

비아이·리사 등 틱톡 패러디 영상으로 음원 차트 역주행

Z세대 음악 소비 패턴 공략...15초의 마법

“도대체 이 노래가 갑자기 왜 역주행 하는 거야?”


지난해 10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다수 게시됐다. 가수 비아이의 ‘역겹겠지만’에 대한 반응이었다. 지난해 6월 발매된 앨범이 4개월 뒤 갑자기 차트에서 역주행 하면서다.


ⓒYG엔터테인먼트, 아이오케이컴퍼니

역주행의 시작은 숏폼 콘텐츠 전용 플랫폼 틱톡이었다. 틱톡은 2016년 9월 탄생한 이후 15초 전후의 숏폼 콘텐츠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음원차트까지 움직일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 된 건 출시 5년여 만이다.


틱톡으로부터 시작된 ‘역주행’ 사례는 비아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발매된 블랙핑크 리사의 첫 솔로 앨범 ‘라리사’ 수록곡 ‘머니’는 발매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 진입했고, 스포티파이에선 케이팝 솔로곡 중 가장 빠른 시간인 112일 만에 3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안무 영상은 지난달 유튜브 조회수 4억회를 넘어섰다.


‘머니’의 인기 역시 틱톡이 부추겼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패러디 영상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발매 한 달 만에 300만건이 넘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면서 글로벌 차트에서 역주행을 이뤄낸 것이다.


국내 가수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글로벌 가요 시장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등극한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틱톡을 통해 ‘드라이버스 라이선스’의 작곡 과정을 소개하는 등 자체적인 홍보로 바이럴 마케팅을 이끌며 팬덤을 확보한 인물로 꼽힌다. 틱톡에선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 속 주인공의 시선, 떠난 연인의 시선, 주인공을 바라보는 친구의 시선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곡을 해석하고 연기를 펼치는 ‘드라이버스 라이선스 챌린지’ 영상이 쏟아지기도 했다.


더 키드 라로이와 저스틴 비버가 함께 부른 ‘스테이’도 틱톡을 통해 국내에서까지 화제를 모았다. 2분 21초의 짧은 곡에 맞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댄스 챌린지 영상이 틱톡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미국을 달군 뒤, 그 열풍이 국내까지 번졌다.


멜론·지니·플로·벅스뮤직 등 국내 8개 주요 음원 플랫폼의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스테이’는 지난해 7월 9일 공개되고 2주 뒤인 그달 셋째 주에 100위권에 처음 진입(92위)한 뒤 8월 마지막 주 1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정상을 찍었다. 멜론에서 해외 음악이 월간 차트 정상에 오른 건, 2014년 영화 ‘겨울왕국’ 수록곡 ‘렛잇고’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과거부터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은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틱톡의 경우 2016년 출시 이후다른 플랫폼들에 부침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론칭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틱톡의 월 이용자 수는 10억명(2021년 기준)에 달한다. SNS 양대산맥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월 이용자가 각각 27억4000만명(2021년 1월 기준), 20억명(2021년 10월 기준)이란 걸 생각하면 틱톡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틱톡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제치고 음원차트까지 움직일 수 있게 된 데는 음악을 듣는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을 정확히 공략했기 때문이다.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는 동시에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새롭게 해석해 만들어 내고, 챌린지와 같은 놀이 문화로 활용하는 Z세대의 주체적인 움직임이 틱톡에서 실현된 셈이다. 특히 짧은 순간에 귀를 사로잡는 후렴구의 음원이 반복적으로 플레이되는 시스템은 플랫폼 이용자들의 귀를 사로잡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여러 기업들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챌린지를 선보이는 등 틱톡이 각광 받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했다. 가요계 역시 2020년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영상을 시작으로 틱톡을 활용해 숏폼 형식의 챌린지 영상을 만들어 신곡을 홍보하는 것이 가수들의 필수 마케팅 수단이 됐다. 업계에서는 틱톡이 차트까지 움직이는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향후 이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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