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이재명' 주장 솔솔…與 '자신감 회복', 野 '단일화 논거'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2.02.08 13:58 수정 2022.02.08 13:58

여론조사 불신론 기반…김어준이 띄워

이해찬 "여론조사 맹신 말라...이재명 이겨"

김혜경 등 이재명의 위기 방증 해석

'진보 부동층' 등 일부 존재할 가능성도

친여 방송인 등 더불어민주당 외곽에서 '샤이 이재명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투표장에서는 이 후보에 투표하는 숨은 지지층이 3~5% 정도 된다는 게 요지다. 민주당에 미치는 친여 방송인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론화될 공산이 크다.


'샤이 이재명'이 나온 근본적인 배경은 여권의 여론조사 불신론이다. 김어준 씨는 지난 4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여론조사로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보수의 기획이라고 본다"며 "평소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꽤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샤이 이재명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해당 방송에 출연한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이 후보의 여러 개인적 구설수 때문에 대놓고 이재명을 지지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윤석열보다 낫지'라고 투표장에 가실 분들이 제법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앞서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도 이 후보 소통플랫폼 '이재명 플러스'에 올린 칼럼에서 "적극 지지자와 소극 지지자의 여론조사 응답 여부와 스타일은 다르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사도 반영되기 때문에 투표 결과와 차이가 있다"면서 "캠프는 여론조사를 맹신하지 말고 큰 흐름과 변화를 포착하는 해석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여론조사를 불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후보 지지율 열세에 따른 위기감 반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열세가 패배 예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혜경 씨 황제 의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지며 위기감이 더 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 설 연휴 이후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인 가운데 일부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4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윤 후보 43.4%, 이 후보 38.1%였고,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 의뢰로 4~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윤 후보 44.6%, 이 후보 36.3%로 격차가 벌어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각 "정권교체 세력에 위험신호, 野 단일화 필요"


다만 '샤이 이재명'이 완전히 허수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주) 대표는 "여야 모두 어느 정도 샤이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샤이 이재명이) 판세를 좌우할 만큼 큰 변수는 아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계층 혹은 호남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결국 투표장에 가서는 이 후보를 찍을 것이란 의견은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도 이들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진보 부동층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7%의 진보 부동층이 있는데 이 분들 중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3% 내외 아니냐"며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부동층, 또 진보 부동층에 대한 호소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요한 이유를 '샤이 이재명'에서 찾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2022년 대선'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이 후보에 대한 관심도가 윤 후보보다 2배 이상 많고, 윤 후보에 대한 '개인 자질 우려'가 상당히 높으며 '샤이 이재명'이 존재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은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세력에게는 큰 위험 신호"라며 "야권이 5년 만에 정권을 확실히 교체하려면 후보 단일화를 통한 연대가 최상의 방안"이라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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