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해민’ 된 박해민 “죄송합니다”
입력 2021.12.15 14:34
수정 2021.12.15 14:35
LG트윈스와 4년 총액 60억 FA 계약
삼성 떠나면서 팬들에게 진심 담아 손편지
LG 트윈스로 이적한 박해민(31)이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게 손편지를 띄웠다.
박해민은 14일 원 소속팀 삼성을 떠나 LG로 이적했다.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을 제시한 LG로 이적한 박해민은 이제 ‘엘해민’이 됐다.
야구 인생을 바꿔준 삼성은 박해민에게 특별한 팀이다. 대학 졸업 후 갈 곳을 찾지 못할 때, 삼성은 박해민을 육성 선수로 데려왔다. 경산 2군 구장에서 갈고 닦은 박해민은 2013년 대주자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을 시작으로 통산 1096경기 타율 0.286 414타점 706득점 318도루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는 3할대 타율에 근접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2015년에는 주전 중견수로 자리를 굳혔다. 넓은 수비범위를 가능하게 했던 박해민의 빠른발은 4년 연속(2015·16·17·18) 도루왕에 올려놓았다.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때 삼성팬들은 슈퍼카 람보르기니와 박해민의 이름을 조합해 ‘람보르미니’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푸른 피가 흐르는 박해민은 10년 만에 삼성을 떠났다. 고민 끝에 삼성을 떠나는 박해민은 아직도 SNS에 남아있는 동료들과 팬들의 댓글들이 눈에 밟혔다. LG행 계약이 발표된 이후 SNS를 통해 손편지를 올렸다. 대부분의 분량은 삼성을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박해민은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팬분들께 무슨 말부터 전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많았습니다"라며 "2012년에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에 입단해서 등번호 115번을 달고 경산볼파크에서 1군 무대를 꿈꾸던 제 자신이 삼성 라이온즈 주장까지 맡게 될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시즌 전부터 삼성에서 계속해서 주장을 맡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또 “프로야구 인생에 첫 안타, 첫 홈런, 첫 우승, 첫 대표팀 첫 주장 까지 모든 처음을 삼성에서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고 감사했습니다. 삼성라이온즈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적었다.
주장으로서 헌신한 박해민에게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많았지만, 박해민이 떠나는 것에 상처를 받은 팬들의 반응도 나타났다.
삼성은 오랫동안 중견수 자리를 지켜왔던 박해민 없는 외야에 대비해야 한다. 그의 공백을 FA 외야수로 메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수준급 FA 외야수 모두 100억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삼성이 당장 FA 시장에 뛰어들 계획은 없어 보인다.
내부 자원 활용과 박해민의 FA 보상 선수로 LG의 외야수를 지명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박해민이 오랫동안 지키던 외야의 빈자리는 당분간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