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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이제 더 이상 결정 미뤄선 안 된다 [데스크 칼럼]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4.10.31 07:00
수정 2024.10.31 07:00

정부·여당 폐지 추진…여론도 유예·폐지 목소리

모호한 민주당 태도로 2개월 앞두고도 결론 못 내

디스카운트 해소-밸류업 위해 조속한 결정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뒤로 금투세 관련 경제뉴스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올해 하반기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라 할 수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주식 시장 침체 우려를 고려해 여야 합의로 시행을 2년 유예해 시기가 오는 내년 1월로 미뤄진 상태다.


하지만 지난 2년 간의 유예 기간 동안에도 도입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심화로 인한 투자 매력도 하락,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로 인한 주식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금투세 시행에 대한 우려로 인해 폐지나 추가 유예 목소리가 높아져 온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즈가 전날인 30일 발표한 경제 이슈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투세에 대해 ‘2~4년 유예 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응답이 42.4%,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0.3%로 금투세 유예 및 폐지 의견이 72.7%에 달했다.


유예 기간 종료가 이제 2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정치권은 여전히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유예기간 종료로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한다는 방침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결국 키는 국회가 쥐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동안 줄곧 폐지나 추가 유예 등을 내세우며 내년 시행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절대 다수 의석을 보유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모호한 태도로 결정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정책토론회에 이어 이달 초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 도입 문제와 관련한 당론 결정 권한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결정했지만 이후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인사들이 국회에 금투세 폐지 결정을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최근 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내년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기본 공제액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고 이월 공제 기간을 2배 연장(5년→10년)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유예기간 종료로 내년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를 대비한 절충형 보완 입법이라고는 하지만 보완 후 시행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한다.


또 다른 야당인 조국혁신당이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하되 1년 이상 주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15% 단일 세율을 부과하는 등 제도를 일부 보완한 ‘금투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과 맞물려 국회 내 여론이 시행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민생·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 출범 회동에서 합의문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진 정책위의장, 김 정책위의장,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금투세는 부과되는 대상보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더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새로운 세금 제도를 적용받는 이들은 소위 ‘큰 손’으로 불리는 대형 투자자들에 국한되지만 이들의 결정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렇게 단순한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큰 손들이 시장에서 투자금을 빼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그 불똥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소액 투자자(개미)들로 튀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미 만연해 있는 개미들의 해외 증시로의 이탈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요즘 젊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투자는 무조건 미국, 국장에 투자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퍼질 정도로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데 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금투세를 둘러싼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만약 시행될 경우,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과 대 고객 자산관리 및 절세 서비스 제공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아직까지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투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이뤄지는 속성이 있는 만큼 관련 제도로 인한 혼란은 최소화해야 한다. 올해가 2개월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세금 부과와 같은 중요한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투자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결론은 금투세 폐지나 추가 유예가 돼야 한다. 그것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진정한 밸류업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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