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방송 뷰] ‘신세계로부터’, 넷플릭스가 실현한 ‘버라이어티 예능’의 진화
입력 2021.11.29 13:48
수정 2021.11.28 12:47
가상세계와 버라이어티의 만남
‘신세계’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재미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 과정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자 화합하던 이들이 서로 배신을 하기도 한다. ‘무한도전’부터 ‘1박 2일’, ‘런닝맨’ 등을 거치며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리얼 버라이어티 공식이 가상현실을 만나 진화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신세계로부터’가 버라이어티 예능의 ‘신세계’를 보여줬다.
누구나 꿈꾸는 세계, 유토피아에서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과 생존 미션, 대결, 반전 등을 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예능프로그램 ‘신세계로부터’가 지난 20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매주 토요일 2편의 에피소드를 4주에 걸쳐 공개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방송가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출연진이 다양한 게임, 미션을 소화해내는 것을 기본으로 다양한 변주를 거쳐왔다. 여행에 게임과 미션을 결합한 KBS2 ‘1박 2일’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와 멤버들이 함께 미션을 하는 SBS ‘런닝맨’이 지금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짜여진 대본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주어진 상황을 소화하는 출연진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신세계로부터’ 또한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는 신세계에서 6명의 출연진이 각종 미션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승기와 은지원 등 이미 다양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활약했던 멤버들이 합류를 하면서 익숙한 그림이 예상이 되기도 했다.
‘신세계로부터’의 기대 포인트는 그들이 구현한 ‘가상 세계’였다. 거제의 외도 보타니아에 각자가 원하는 로망이 담긴 유토피아를 만들고, 그곳에서 6일 동안 생활을 하며 미션에 임한다는 것이 기존의 버라이어티 예능과의 차별점이었다.
영화, 드라마와 달리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고, 몰입을 이어가게 하는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 예능에서는 가상 세계를 활용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에 이번 넷플릭스의 시도가 어떤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지 궁금증이 쏠렸었다.
‘신세계로부터’는 첫 회부터 기존 예능들과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블록버스터 예능의 매력을 실감케 했다. 우선 ‘신세계로부터’가 만들어낸 유토피아, 신세계의 아름다운 비주얼이 시각적 재미를 선사했다. 국내, 해외를 오가며 그곳의 풍경을 담아낸 예능프로그램들도 물론 있었으나, ‘신세계로부터’는 제작진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를 지켜보는 흥미가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벌어지는 미션과 게임도 새로운 세계 안에서 진행이 되다 보니, 미션 수행 과정의 재미 외에 또 다른 흥밋거리가 만들어졌다. 그곳에서만 통용되는 화폐 ‘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연합을 하기도 또 배신을 하기도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출연진들이 그곳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함께하며 새로운 세계관을 파악해가는 재미가 동반된다.
특히 프로그램 전체가 하나의 게임판이 되면서, 플레이어들의 게임 플레이를 실사판으로 지켜보는 것 같은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에 ‘신세계로부터’에는 출연자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물론, 게임을 지켜보는 긴장감과 신세계를 체험하는 힐링이라는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다만 회를 거듭하며 신세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늘게 되면, 그때부터 출연자들의 미션 수행 능력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생길 수도 있다는 기존 버라이어티 예능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 안에서 플레이를 하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 ‘신세계로부터’가 버라이어티 예능의 신세계를 연 것만은 분명하다. ‘신세계로부터’의 조효진 PD는 가상 세계를 예능에 도입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예전처럼 게임만 보여주기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신 것 같다. 세대가 바뀔수록 게임이나 메타버스 세계관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며 “우리 예능도 그런 식으로 발전을 하려면 가상 공간과 연결시켜 프로그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능이야말로 상상력의 집합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PD의 이전 고민처럼, 그들의 도전이 이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한 차례 더 높인 셈이다. 이제는 예능들도 새로운 상상과 시도, 도전들이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