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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에 잡아먹힌 흥미…넷플릭스 시즌제 악몽 떠올리는 ‘오징어 게임2’ [D:OTT 리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2.26 17:00
수정 2024.12.26 17:00

공개 전부터 뜨거운 화제성

'새로운 전개' 선택한 시즌2 이번엔 통할까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오징어 게임2’지만, ‘완성도’가 그 기대감을 충족할지는 의문이다. 이정재, 이병헌 등 시즌1에서 활약했던 두 배우가 다소 ‘달라진’ 역할을 수행하며 고군분투하지만, 메시지를 강조하다 서바이벌 게임의 흥미를 놓치는 모양새다.


이날 전편 공개된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총 7부작인 이번 시즌의 전편을 극장에서 공개하는 이례적인 언론 시사회로 자신감을 드러낸 ‘오징어 게임2’지만, 이날 현장에서도 ‘호불호’는 확실했다.


지난 2021년 공개돼 글로벌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시즌1은 데스게임 장르의 문법을 따르되, ‘오징어 게임’ 시리즈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분명한 방식을 취했었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전개의 신선함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은 아니었다. 다만 딱지치기로 참가자를 물색하고, 첫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진행하며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추억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하며 차별화를 꾀한 것이 ‘오징어 게임’ 시즌1의 흥행 요인이었다.


특히 한국의 전통놀이에 흥미를 느낀 해외 시청자들이 ‘오징어 게임’ 속 트레이닝복을 입고, 달고나를 체험하는 이색적인 장면들이 연출되며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었다. 이번 시즌에도 시그니처 게임은 그대로 이어지며, 새로운 게임이 등장해 흥미를 유발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을, 알록달록한 ‘오징어 게임’ 세계관 안에서, 발랄한 음악으로 소화하는 ‘아이러니’가 이번 시즌에서도 이어지지만, 그 비중은 다소 낮아졌다.


물론 예고된 전개이기는 하다. 456억을 획득하기 위해 싸우는 치열한 다툼을 담은 시즌1과는 달리, 새 시즌에서 성기훈은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온 인물이다. 게임 외, 또 다른 목적에 방점이 찍힌 만큼 시즌1 만큼 몰입도 있게 달려 나가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이에 프론트맨의 역할이 바뀌고, 새 인물이 대거 합류하는 등 각종 ‘장치’들이 추가됐지만, 이것이 완성도 높게 어우러졌는지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미 예고된 것처럼 코인 투자 실패, 망한 아이돌, 수술비 마련을 위해 투입된 트렌스 젠더, 빚을 갚기 위해 함께 게임에 뛰어든 모자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다소 뻔한 사연을 품고 있다. 이 사연이 베일을 벗는 과정 또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해 쉽게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성기훈이 왜 돌아왔는지, 그리고 이에 맞서는 프론트맨은 왜 게임을 진행하는지 그 신념들이 부딪히는데, 이 과정에서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이어져 속도감까지 늦춘다. 시즌3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를 한 만큼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하는 이야기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공개 전부터 갑론을박이 불거졌던 탑은 생각 이상의 분량을 자랑하지만, 다소 붕뜬 연기로 “작품으로 봐 달라”던 황동혁 감독의 자신감을 무색케 만든다. 물론 탑이 연기한 타노스는 물론,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는데 바빠 현실에 발 디딘 연기를 펼치지 못하는 것은 화려한 라인업 대비, 아쉬운 지점이다.


앞서도 넷플릭스는 ‘D.P.’, ‘스위트홈’ 등 시즌1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뒤 안정적으로 세계관을 확장하지 못해 기존 팬들의 혹평을 받았었다. 스케일은 키웠지만, 서사의 부족함으로 아쉬움을 사거나 혹은 기존의 매력을 잃는 전개로 외면을 받았던 것이다. ‘오징어 게임’ 또한 이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이어진다.


물론 시즌2의 공개만을 기다려 온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생각하면 성적 면에서는 시즌1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또한 시즌1 당시에도 국내와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이 사뭇 달랐던 만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펼치는 활약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인식될지는 알 수 없다. 해외에서는 이정재의 명연기를 향한 칭찬과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며 깊어진 메시지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새롭게 나아가는 선택을 한 시즌2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공개 전부터 뜨거웠던 화제성이 얼마나 이어질지 관심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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