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TV와 유튜브, 여전히 메워지지 않는 간극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1.04 13:43 수정 2021.11.04 09:43

‘세리머니 클럽’ 등 골프 예능 부진

‘피의 게임’, 높은 수위 강조했으나 아쉬운 첫회 반응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기 크리에이터를 섭외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차용하는 방송가의 사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르지 못하며 실패 사례가 된 골프 예능부터 ‘지상파 최고 수위’를 강조했지만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은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까지. 유튜브와 TV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TV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 낯선 흐름이 아니다. MBC ‘라디오스타’ 등 토크쇼에 유튜버들이 초대되는 것은 물론, 지난 2018년 그들의 일상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 ‘랜선 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유튜버 입짧은 햇님은 지난 2018년부터 tvN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서 먹방을 선보이고 있고, 쯔양도 현재 ‘6시 내고향’의 고정 리포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유튜브에서 흥한 콘텐츠와 유사한 포맷을 내세우는 TV 프로그램의 등장도 빈번해지고 있다. BJ와 유튜버들이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하는 웹예능 ‘가짜사나이’가 유튜브에서 크게 인기를 얻은 이후 채널A와 SKY채널이 ‘강철부대’라는 밀리터리 예능을 론칭했다.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경쟁을 벌이는 내용으로, ‘가짜사나이’ 이후 생겨난 특수부대에 대한 관심을 적극 활용한 프로그램이었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를 비롯해 김국진의 ‘김국진TV_거침없는 골프’, 홍인규의 ‘골프TV’ 등 유튜브에서 골프 관련 채널들이 관심을 받자, 이 흐름을 타고 방송가도 연이어 골프 예능 제작에 나섰다. TV조선 ‘골프왕2’, JTBC ‘세리머니 클럽’, MBN ‘그랜파’가 현재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SBS ‘편먹고 공치리’가 최근 종영했다.


그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콘텐츠들을 품으려는 TV의 노력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TV는 유튜브보다 훨씬 더 폭넓은 시청층을 아울러야 하는 만큼, 소재나 표현 방식이 유튜브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다소 정적인 그림으로 골프에 관심 없는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데 실패한 골프 예능들처럼 소재 선택의 오류를 범하는가 하면, 각종 논란들로 우려를 사기도 한다.


일례로 지상파 중계 진출을 시도했으나, 해설 도중 인종차별적 언행과 특정 선수를 향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감스트 사례처럼 유튜버 개인의 언행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강철부대’는 극한 상황에 참가자들을 몰아넣으며, 가학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가짜사나이’를 표방한다는 자체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결국 여전히 TV만의 적절한 수위와 문법이 존재하고, 아무리 인기 있는 유튜브 포맷을 빌려오더라도 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강철부대’는 ‘가짜사나이’의 가학성 논란을 줄이기 위해 각 부대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며 새로운 몰입감을 끌어낸 후에야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일 첫 방송을 한 MBC ‘피의 게임’도 많은 숙제를 안게 됐다. 유튜브 인기 콘텐츠였던 ‘머니 게임’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기획자였던 크리에이터 진용진을 기획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지만, 애매한 반응을 얻고 있다.


프로그램은 이게임에 참가한 도전자들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 안에서 돈을 두고 펼치는 치열한 생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극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행동들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흥미가 유발되는 방식이다. 다만 ‘머니 게임’이 공개 당시 출연자들의 상금 나눠갖기와 참가자 태도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이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지상파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수위’, ‘첫 회를 보고 미쳤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침없는 표현을 통해 자극성을 강조해 더욱 우려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위험부담을 안고도 기획을 밀어붙인 MBC지만, 아직까지는 ‘머니 게임’의 순한 맛에 그치고 있다. 표현 수위는 물론,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르기 위해 이상민, 박지윤, 장동민 등 스튜디오 MC들의 해설을 곁들이고 있고 이것이 오히려 유튜브 특유의 ‘날것’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첫회 시청률 1.8%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물론 아직 첫 방송이 나간 만큼, 흥미진진한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통해 반등을 시킬 기회는 있다. 자극성 논란을 피하고, 지상파의 표현 수위를 준수하면서 ‘머니 게임’의 장점을 계승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피의 게임’이 초반 실망감을 딛고 반전을 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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