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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손 들어준 글래스루이스…MBK·영풍 “편향적·모순”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1.14 18:37
수정 2025.01.14 18:38

글래스루이스,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모두 찬성

고려아연 “현 경영 체제 유지에 손 들어준 것”

MBK·영풍 “기존 경영진에 대한 편향성 드러나”

고려아연 홈페이지. 고려아연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글래스루이스가 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 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안에 모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편향적이며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반발했다.


글래스루이스는 14일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최 회장 측이 안건으로 올린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모두 찬성 의견을 내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재로서 MBK·영풍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이사회 개편을 지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재무·경영 성과는 최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MBK·영풍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의 전략적 방향과 자본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들의 근본적인 동기, 특히 영풍의 거버넌스 이력과 영풍의 이해관계가 고려아연 다른 주주들의 광범위한 이해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또 다른 글로벌 자문사 ISS가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하면서도 가결 시 표 분산 방지를 위해 영풍·MBK 측 후보 4명에만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한 점에 비춰보면,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정반대로 엇갈린 셈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글래스루이스가)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손을 완벽하게 들어주면서 이번 적대적 M&A에 대해 반대의 뜻을 강하게 나타낸 것”이라며 “집중투표제의 경우 국내 자문사들이 줄줄이 찬성한 가운데 글래스루이스도 손을 들어주면서 도입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고 봤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는 물론 국내 주요 자문사까지 현 경영 체제 유지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영풍과 MBK 측 역시 이런 권고에 공감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구성원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MBK·영풍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MBK·영풍은 “(글래스루이스의)해당 보고서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앞둔 일반공모유상증자는 물론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 홀딩스 등 의혹이 가득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채, 최윤범 회장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현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공신력을 의심케 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래스루이스의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재무·경영 성과 평가에 대해서는 “주주들과 자본시장으로부터 지탄받은 일반공모유상증자 사태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우려에 대한 대응력을 보여줬다는 식의 편향된 의견을 제시했다”며 “최 회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에 대한 편향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래스루이스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의 구성과 독립성에 대한 주주 우려에 대한 중대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최윤범 회장 측 인사로만 구성돼 거수기 역할만 했던 고려아연 현 이사회의 7명의 사외이사가 독립적이라고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글래스루이스 보고서 내용 중 ‘고려아연은 장기적 성장과 가치 창출을 달성한다는 명시된 목표를 가지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선전한 반면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새로운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이고 단기 수익을 우선시할 것을 옹호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집중투표제의 찬성 이유와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표를 던진 이유가 서로 모순된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이사회 구성에 대한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찬성했다.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한 이유는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MBK·영풍 측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을 상쇄하기 위해 표를 분산하지 말고 4명에만 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BK·영풍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균형감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MBK·영풍 측 추천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MBK·영풍은 글래스루이스 보고서는 아예 틀린 사실관계도 담고 있다고 짚었다. 글래스루이스 보고서에서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9.8%를, 부친인 최창걸 명예회장은 0.91%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 지분율은 1.84%, 최 명예회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MBK·영풍은 글래스루이스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 자체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언급했다. 글래스루이스가 최근 1년간 이사회 측 의안에 일부라도 반대한 사례는 8건 중 1건 (KT&G)뿐이라고 전했다.


MBK 관계자는 “글래스루이스 보고서가 최 회장에 대한 편향성은 물론, 집중투표제 찬성 근거와 이사회 추천 후보에 대한 이유가 서로 앞뒤가 안 맞는 문제점들을 가졌다는 점에 대해 주주들은 모두 인지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주주들이 우려하는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분쟁 장기화 국면에 대한 입장이나 분석도 없고, 사실에 대한 확인도 없이 이전 보고서와 자료를 답습하는 기계적인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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