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0%대 못 면하는 오디션 프로…‘국민가수’ 홀로 독주 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0.20 15:00
수정 2021.10.20 08:38

‘국민가수’ 16%로 출발

애매한 정체성은 숙제

‘걸스플래닛:999’과 ‘극한데뷔 야생돌’이 0%대 시청률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외면이 뚜렷한 가운데, ‘내일은 국민가수’는 비교적 높은 관심을 받으며 출발했다.


22일 종영을 앞둔 Mnet ‘걸스플래닛’(이하 ‘걸스플래닛’)은 지난 8월 첫 방송 이후 0%대의 시청률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중·일 3개국 합작 걸그룹 오디션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MBC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송 중인 ‘극한데뷔 야생돌’(이하 ‘야생돌’)은 철저한 관리와 정형화된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지는 아이돌이 아닌, 본능적인 매력을 담겠다며 야생에서 오디션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 노력에도 불구, 이 프로그램 역시 0%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종영한 SBS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도 박진영과 싸이가 나섰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피네이션의 차기 보이그룹을 뽑겠다는 포부를 내세웠음에도, 3~4%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반복되다 보니 처음 등장했을 때의 신선함을 찾아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 의혹이 드러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신뢰, 흥미가 떨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상주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최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진에 대해 “예전에는 오디션 과정 자체가 스토리가 되고, 또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서사 구조가 녹아있어서 흥행도 했다. 나름대로 채널에 파워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이게 반복되다 보니 식상함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믿게끔 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만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도 여길 수 있다. 예능은 설정을 알면서도 보는 것이지만 오디션은 다큐처럼 몰입을 하게 했었는데, 그게 무너진 것. 그렇다고 예능처럼 재밌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근 새롭게 론칭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는 16.1%라는 높은 시청률로 출발해 이목을 끌었다. 이후 방송된 2회에서도 15.4%를 기록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민가수’는 초반부터 울라라세션의 박광선을 비롯해 ‘슈퍼스타K’ 시리즈의 우승자 김영근, ‘프로듀스101’의 투표 조작 피해를 입은 김국헌, ‘보이스 코리아’ 출신 김영흠, ‘팬텀싱어’ 출신 유슬기 등 초반부터 실력과 화제성을 모두 갖춘 출연자들을 대거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심사위원단인 마스터들이 이들의 무대를 보고 환호하고,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하는 등 실력자들의 탄탄한 무대를 바탕으로 한 편의 뮤직쇼를 보는 듯한 장면들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박 교수는 초반 흥행 이유에 대해 “콘텐츠가 주는 재미적인 요소가 다른 것 같다. ‘국민가수’의 높은 시청률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오디션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처럼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그동안의 오디션은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처럼 보곤 했었다. ‘국민가수’는 예능으로 봐도 재미가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가수’가 초반에는 화제성 높은 출연자들을 앞세워 이목을 끌기는 했으나 이미 스타가 된 이들의 재탕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또 아직까지는 앞서 ‘미스트롯’ 시리즈와 ‘미스터트롯’에서 보여준 무대 구성과 심사위원의 면면도 흡사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장선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뮤직쇼를 보는 듯한 연출도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 될 수도 있지만,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전문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어 추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국민가수’가 이후 자신들의 색깔과 목표를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면, 초반의 몰입을 꾸준히 이어가기 힘들지도 모른다.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을 어떻게 아우르고, 재탕이 아닌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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