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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현장] 민족의 비극을 개인의 아픔과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 '그림자꽃'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10.19 14:35
수정 2021.10.19 14:38

27일 개봉

영화 '그림자 꽃'이 남북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가족에게 돌아가길 원하는 탈북자 김련희 일상을 시선을 담담하게 담았다.


19일 오전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그림자꽃'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시사회가 진행 된 후에는 사전 녹화된 이승준 감독, 김련희 씨의 질의응답 영상이 송출됐다.


'그림자꽃'은 10년간 남한에 갇혀있는 평양시민 김련희 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1년, 의사 남편과 딸을 둔 평양의 가정주부 김련희 씨는 간 치료를 위해 중국의 친척집에 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 오게 된다. 대한민국 입국 직후 북한 송환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간첩 기소와 보호관찰 대상자가 됐다.


영화는 남한시민이 된 후 '나의 조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김련희 씨의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이승준 감독은 김련희 씨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일간지 기사를 통해 김련희 씨를 알게 됐다. 탈북자인데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로 '나는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하는걸 처음 봐 깜짝 놀랐다. 그런 인터뷰 할 수는 있지만 얼굴이 그대로 나와 낯설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원래 하고 싶었다. 다른 영화제에 가면 북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북에 들어가서 인터뷰를 하는게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가지 방향으로 그려내는게 불편했다"며 "김련희 씨는 법적으로 남한인이지만 정체성은 북한 사람이다. 제가 유일하게 만날 수 이는 북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동안 다큐멘터리는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왔다. 저는 비슷한 지점을 찾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준 감독은 김련희 씨 기사를 본 후 바로 연락을 취해 경북 영천으로 향했다. 김련희 씨는 이승준 감독의 연락을 받았을 당시 불신과 거부감으로 고립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련희 씨는 "남한에 온지 4년된 해였다. 그 때 나는 가족에게 돌아갈 생각 뿐이었다"며 "밀항시도도 하고 간첩신고도 내가 해서 감독살이를 했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저를 변호했던 변호사님 소개로 전화한다고 해서, 변호사 님 이름 믿고 만나게 됐다"고 이승준 감독을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다른 탈북자와 자신이 다른 점에 대해 "대체로 가난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본의 아니게 내려온 탈북자들이 많다. 그들은 탈북할 때 한국에서 살 생각이지만, 난 한 번도 한국에 정착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중국에 나갔을 때 돈을 벌로 두 달만 다녀오자 싶었던게 이렇게 오랜 시간이 될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승준 감독은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련희 씨가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페이스북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이다. 사실 그 장면은 북쪽에서 허락하지 않아 예정돼 있지 않았다. 문자로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상통화가 연결됐다. 짧은 순간이지만 련희 씨 가족을 볼 수 있었고 벅차 오르는 련희 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림자꽃'의 등장하는 평양 촬영 분에 대해서는 "직접갈 수 없어 핀란드 감독에게 부탁했다. 그 친구가 대신 평양에 가 두 차례 촬영을 해줬다"고 밝혔다.


김련희 씨는 11년 전과 현재, 남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남한의 모든게 거부감이 들었다. 이제는 정이 들었다. 남한 분들은 제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 아마 평양에 살았으면 평생 이 정을 몰랐을 것이다. 평양에 간다고 해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승준 감독은 "남북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그림자꽃'을 보시면 좋을 것 같고 젊은 세대들도 봤으면 좋겠다. 젊은 세대들은 그나마 선입견을 덜 가지고 보지 않을까 싶다"며 "어차피 좋은 남북 관계 만들고 더 나아가 통일을 만들어낼 세대는 그들이다. 젊은 세대들이 보고 비슷한 면을 찾아보고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김련희 씨는 "정부 쪽에서 '그림자꽃'을 봤으면 좋겠다. 북에 있는 저희 가족을 찍어온 사람이 핀란드 감독이다. 오랜 만에 본 가족이라 기뻤지만 거리가 짧고 저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이승준 감독이 직접 찍을 수 없다는게 슬펐다"며 "외국인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게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정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상을 떠나 남북 관계를 깊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림자꽃'은 제12회 타이완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아시안 비젼 경쟁 부문 대상,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개봉지원상을 수상하고, 2020년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월드 쇼케이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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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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