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박해수, ‘오징어 게임’으로 증명한 천의 얼굴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0.18 08:39
수정 2021.10.18 08:39

“네가 하는 연기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꾸준히 배울 점이 생기고 있다”

“좋은 감독, 좋은 작품 거절 할 이유 없어…열정 가지게 하는 작품들 너무 많다”

‘오징어 게임’에서 증권회사 투자팀장 출신 조상우는 유일하게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데스 게임 장르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배우 박해수는 냉철함과 때로는 이기적인 상우의 다양한 면모를 놓치지 않고 표현하며 설득력을 부여했다.


박해수는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이들의 잔혹한 사투른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증권회사 투자팀장으로 승승장구하다 잘못된 선택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앉은 조상우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다양한 이유로 서바이벌에 참여를 하게 된 참가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엘리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박해수는 조상우의 기본 성격부터 꼼꼼하게 분석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서울대학교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해봤다. 상우는 자격지심도 있고, 기훈(이정재 분)에 대한 질투심도 있다. 첫 번째가 되지 않으면 스스로가 견딜 수가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경쟁 사회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박탈감들이 있더라. 그건 나도 가진 부분이었고, 끌어내려고 노력했었다. 인터뷰를 한다는 건, 특정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 대상으로 있는 분들의 공통적인 것들을 스스로 발견하는 거다. 연구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작품에 임했음에도,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웠다. 실제로 상우는 자신을 따르는 동생 알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다가도, 때로는 이기적인 선택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었다.


“상우의 심리적인 변화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점점 변해가는 걸 외형적으로 표현하려고도 했고, 또 그럴 때는 어떤 움직임이 나올지도 고민했다. 처음에는 군중 속에 숨어있다가, 나중에는 군중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상우가 뛰쳐나와야 할지 그런 타이밍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상우는 드라마 내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선한 마음을 끝까지 유지한 기훈과 달리, 살아남기 위해선 배신도 마다하지 않는 상우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공감이 간다는 반응도 있었다. 박해수 또한 주변의 다양한 반응을 접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욕도 많이 먹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악역을 연기했으니) 욕을 해주신 것이 내게는 응원이었다. 이러한 인간상에 대해 욕을 한다는 건 오히려 좋은 흐름인 것 같다. 하지만 ‘상우가 욕을 먹어야 하는 인물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선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았다.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오징어 게임’은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한 번씩 1위를 차지했으며, 각종 패러디들도 쏟아지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가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박해수는 이 반응이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더욱 감사했다.


“네가 하는 연기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촬영을 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 그러는 와중에도 배우는 점이 생기는 것 같다. 지금 내가 41살인데, 더 배울 것이 생기는 것 같아 배우고 있다.”


그가 표현한 입체적인 악역 연기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선한 얼굴로 믿음직스러운 역할을 소화하는가 하면 강렬한 악역 연기로 섬뜩함을 조성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박해수지만, 악역인 듯 악역 아닌 상우는 또 다른 새로움이 있었다는 평가다.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건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됐다. 또 작품을 거듭하며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주시는 부분들을 보며 ‘나한테도 이런 면이 있구나’라는 걸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조상우도 그렇다. 따뜻한 것 같은데, 어떨 땐 가족들에게 냉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냉소적일 때도 있다. 하지만 나 자체는 우유부단하고 어리바리한 부분들이 나인 것 같다.”


앞으로도 장르,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할 생각이다. ‘소처럼 일하겠다’는 박해수가 또 어떤 얼굴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할지 기다려진다.


“좋은 감독님께서 좋은 작품을 주시면 거절을 할 이유가 없다. 연기 에너지를 계속해서 펼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직까지 메시지를 고려하진 않지만 시나리오를 봤을 때 흥미가 있으면 하고 싶은 열정이 생긴다. 사람과의 작업을 워낙 좋아하고, 그 관계성에서 만들어지는 인간 이야기들도 너무 재밌다. 열정을 가지게 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