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문가비처럼 하고 싶어요" 여론 비등하지만…멀고 먼 '비혼출산'의 길 [디케의 눈물 330]
입력 2024.11.29 05:03
수정 2024.11.29 05:03
2023년 혼인外 출생아 1만900명 기록해 사상 최초 1만명 돌파…전체 출생아 중 4.7% 해당
전문가 "성(性) 인식 자유분방해져 비혼 출산 늘어…원치 않는 결혼 하지 않고 싶다는 의미"
"사회 부담할 복지적 차원의 공적 비용은 증가…양육비 등 법적 보호 받을 수 있는 법 제도 정비 시급"
"혼인外 출생아 행복하지 않을 것, 사회적 편견·낙인찍기 강해…공동체인식 확장하는 의식전환 필요"
배우 정우성(51)과 모델 문가비(35)가 결혼하지 않고 득남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비혼 출산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성(性)에 대한 인식이 자유로워지면서 비혼 출산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결혼에 대한 전통적 사고를 탈피하기 위한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비혼 출산 가정의 92%는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가 더욱 정비돼야 하고 사회적 인식도 한층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외 출생자는 1만900명으로 사상 최초 1만명을 돌파했다. 혼인외 출생자는 전년보다 1100명 늘어났으며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다. 이는 전체 출생아 23만여명 가운데 비중은 4.7%에 달한다. 비혼 출생자는 3년 연속 증가했다. 2013년 9300명에서 2020년 6900명까지 줄었다가 2021년 7700명, 2022년 9800명, 2023년 1만900명으로 늘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9세 응답자 가운데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2014년의 30.3%와 비교하면 12.5%포인트(p) 증가했다. '약간 동의한다'는 응답은 2014년 24.6%에서 올해 28.6%로 소폭 증가했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5.7%에서 14.2%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9%에서 올해 22.2%로 줄었다.
그러나 비혼 출산과 관련된 사회 인식과 정책적 움직임은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출산, 양육 지원 정책은 대부분 '기혼 부부'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비혼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거나 정책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비혼 출산이 증가세인 이유는 성(性)에 대한 인식이 자유분방해진 것이 가장 크다. 성관계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만큼, 젊은 세대에게 비혼 출산은 아이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비혼 출산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가 부담할 복지적 차원의 공적 비용은 점차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비혼 출산을 단순히 개인 선택의 문제로 장려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커졌고, 이는 '가족의 형태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가치관의 변화로 이어졌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에 대한 전통적 사고를 탈피하기 위해 비혼 출산과 같은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비혼 출산과 관련된 법 제도 정비가 마련되지 않아 재산 상속 등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된 법률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혼 출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 낙인찍기가 태어난 아이의 인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비혼 출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혼인外 출생아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 태도부터 내려놓고 삶의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등 의식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비혼 출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양육비 미지급을 꼽을 수 있다. 실제 미혼모, 미혼부 가정의 경우 92%가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혼 출산의 경우 이혼가정과 달리 양육비청구소송에 앞서 친부모에 대한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소송을 기피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유럽이나 선진국은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친자검사를 하는 등 법적으로 강력한 보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