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문정부, 개성공단 재개의지 꺾였나…남북경협 보험·대출 확대
입력 2021.09.02 14:01
수정 2021.09.02 14:39
통일부 내년도 예산안 공개
대북지원 예산 6522억 원
코로나 여파로 탈북민 급감
탈북민 정착지원금 축소로 이어져
통일부는 2일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관련 지원 확대와 탈북민 정착지원금 축소를 골자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해당 예산안은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예산안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을 거치게 된다.
통일부 예산은 큰 틀에서 일반회계 예산(2304억 원)과 남북협력기금(1조2694억 원) 등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회계가 부처에 배정된 '실질적 예산'이라면, 협력기금은 남북사업 진행 여부에 따라 재정당국 승인을 거쳐야만 활용할 수 있는 '예비비'에 가깝다.
내년도 통일부 일반회계 예산은 △사업비 1669억 원 △인건비 528억 원 △기본경비 106억 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올해 대비 10억 원(0.4%) 증액됐다.
사업비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정착지원 예산(57%·952억 원)이다. 다만 북한의 국경봉쇄 영향 등으로 탈북민 수가 급감해 올해보다 27억500만 원 적게 편성됐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047명에 달했던 탈북민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229명으로 줄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30명대 후반"이라며 "코로나 상황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올해 탈북민 수는) 100명 안팎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통일부는 내년도 탈북민 관련 예산 편성 기준인원을 1000명에서 770명으로 축소한 상황이다.
다만 통일부는 신규 탈북민 급감을 고려해 국내 정착 탈북민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민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미래행복통장 사업' 대상자를 기존 근로소득자에서 사업소득자로 확대 적용하고 △온라인 힐링프로그램 등도 새롭게 추진할 것이라며 "내실 있는 정착지원을 위해 탈북민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 등에 보험·대출 확대
협력기금 사업 증액분의 66% 차지
통일부의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사업비 1조2670억 원 △기금운영비 23.5억 원 등 총 1조2694억 원으로 올해 대비 238억 원(1.9%) 증액됐다.
사업비 중 민생협력 등 인도적 협력(지원) 관련 예산이 6522억 원으로 과반(51.5%)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큰 폭의 증액은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분야에서 이뤄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협력기금 중 경제협력 관련 보험·대출 분야에서 각각 57억2500만 원, 101억7300만 원이 증액됐다. 이는 내년도 협력기금 사업의 전체 증액분(239억7600만 원) 중 66.3%를 차지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협력기금 분야에서 경제교류협력 대출·보험사업 등이 증액됐다"며 "민간기업 쪽에 대출해주는 사업이 있고, 경제협력 사업을 하다가 잘 되지 않았을 때 (활용되는) 경제협력보험제도도 있다. 그동안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되고 있지 않아 (관련 예산) 반영을 많이 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부터 해마다 규모를 계속 줄여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같은 경우 정세 변화라든지 여러 예산집행 구조 방식이 변화될 수 있는 환경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이번에는 재정 당국과 협의해서 다시 18년 규모로 환원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경협분야 대출·보험 예산을 지속적으로 줄여온 현 정부가 내년부터 급작스레 관련 예산을 확대키로 한 것은 임기 내 공단 재개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은 사업자들이 보험금 및 추가 대출을 대거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사전대비'에 나섰다는 평가다.
실제로 남북경협 사업에 진척이 있어야만 활용할 수 있는 협력기금의 올해 집행률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협력기금 집행률이 1%대에 머물러 있다"며 "하반기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어야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