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제사회 인도지원 연이어 수용…중국산 백신은 사실상 '거부'
입력 2021.09.01 13:41
수정 2021.09.01 13:43
유니세프 "지난 몇 주 동안
필수 보건물품 北에 반입"
獨 의료장비 지원도 수용키로
'외부지원 거부' 기조를 견지해온 북한이 국제사회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연이어 수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만큼, 북한 호응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유니세프(UNICEF)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지난 몇 주 동안 필수 보건물품들이 북한에 반입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북한에서 필요한 긴급 물품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지난해부터 방역을 명분 삼아 국경봉쇄를 유지해온 북한은 국제사회 손길을 외면하며 자력갱생·자급자족 기조를 견지해왔다. 실제로 유니세프 측은 지난 4월 초 "북한의 강력한 방역 조치로 운영 능력이 저하되고 생명을 구하는 데 필수적인 인도적 물자 반입이 중단됐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대북제재 및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제사회와 접촉면을 넓히며 대외지원을 하나둘 수용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 보건 당국(보건성)은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로터 디스크 100 스타터 키트' 6개를 내년 4월까지 전달받기로 했다. 해당 장비는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독일 외교부는 지난달 23일 "독일은 유엔으로부터 코로나19 예방과 통제를 위한 대북 의료장비 수출에 대한 면제를 승인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北에 국제기구 직원 복귀 요청"
모니터링 체계 구축 '현재진행형'
북한이 국제사회와 접촉면을 차츰 넓혀가는 가운데 한미가 추진 중인 인도적 지원 방안에도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는 최근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북한은 글로벌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배정한 코로나19 백신 일부를 다른나라에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기도 하다.
유니세프 대변인은 "북한 보건성이 국제적으로 백신 공급이 제한되고 일부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코백스가 북한에 배정한 백신 297만 회분을 코로나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다른)나라들에 재배정해도 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양보 의사를 밝힌 백신은 297만 회분으로 해당 물량은 코백스가 배정한 중국산 시노백 백신으로 판단된다.
앞서 코백스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백스가 북한에 시노백 백신 297만 회분을 배정하고 북한 당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이 앞서 배정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해선 양보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만큼, 서구 국가들이 개발한 백신에 더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배정된 AZ는 영국이 개발하고 인도가 생산한 제품이다.
유니세프 대변인은 "북한 보건성이 수개월 안에 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코백스와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정부가 아직 코백스로부터 백신을 받기 위해 필요한 준비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아 (AZ)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 보관·유통에 필수적인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 기술과 북한 주민들에게 백신이 잘 제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체계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니세프 대변인은 "북한 당국에 국제기구 직원들이 가능한 한 빨리 북한에 복귀할 수 있도록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 직원들은 통상 대북지원 물자에 대한 현지 모니터링 요원 역할을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