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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북한 경제…'충격'은 누적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8.30 04:31
수정 2021.09.17 14:16

나름의 '내구성' 증명했지만

국경봉쇄 여파는 지금부터

북중무역 재개 여부 등 변수 있지만

물가불안 가능성 등 지켜봐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국경을 걸어 잠근 지 1년 6개월여가 흐른 가운데 북한 경제 내구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북제재 여파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은 국경봉쇄 영향으로 수입 급감까지 직면한 상황이지만, 나름의 회복력을 바탕으로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수립한 자력갱생·자급자족 기조를 내세워 재자원화(재활용)·원료 국산화 등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경봉쇄로 인한 무역중단 △주민 이동제한 조치 등에 따른 물가변동 △장마당 등 비공식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 등이 지속될 경우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7일 한국수출입은행과 통일연구원이 남북협력기금 30주년을 기념해 공동 주관한 웨비나에서 대북제재 및 코로나19 여파로 북한 무역 규모가 크게 줄었다며 "대외무역 악화는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반기를 지켜봐야겠지만 무역증가율이 계속 낮게 나타난다면 경제성장률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이 무역증감률과 경제성장률을 연계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국경봉쇄 기조를 이어갈 경우 올해 성장률은 -5%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북한의 지난해 성장률(-4.5%)을 감안하면, 2년 연속 경기 후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그는 "기계적으로 상반기 무역증감률만 대입한 결과"라며 "하반기 무역이 늘어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어려움 나타내는 후행지표인
예산 수입·지출, 큰 폭으로 줄어


북한의 경기 위축은 재정 운용 현황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전년대비 예산수입 증가율을 살펴보면 △김정은 집권 초기(12~16년) 5% △대북제재 본격화 이후(17~19년) 3.3% △코로나19가 발발했던 지난해 4.2%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북측이 발표한 올해 예측치는 0.9%에 불과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부문 충격들이 공공 부문에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분야 충격이 시간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관련 수치가 반등했던 지난해의 경우 "감가상각금을 새롭게 추가한다거나 재정관리 개선사업을 펼치는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해 수입증가율을 늘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통계가 과대 포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예산수입 급감은 예산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 지출 규모는 △김정은 집권초기(12~16년) 6.7% △대북제재 본격화 이후(17~19년) 5.3% △코로나19가 발발했던 지난해 6% 등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전망한 올해 증가 폭은 1.1%에 불과하다.


북한의 전년대비 예산수입 증가율 변화 ⓒ한국개발연구원
중앙의 '책임 떠넘기기'로
지방 및 주민생활 어려워질 수도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예산은 경기 예상 선행지표라기보다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타내는 후행지표"라며 "(북한에선) 어차피 재정이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재정적 부담과 책임을 지방이나 다른 경제 주체들에 많이 떠넘기기 때문에 지방이나 일반 경제주체들(북한주민)이 조금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비사회주의 척결을 내세우며 장마당 등 비공식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비공식 부문의 경제활동이 상당 부분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며 통제 강화 기조가 "성장동력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북한 장마당 전경(자료사진) ⓒ미국민주주의기금(NED) 홈페이지
일부 품목서 물가불안 가능성
올해 경제흐름 주목해야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소비재 수입 급감이라는 대외 충격이 내부시장으로 전파되는 채널로 작용한다면 공급선 차질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며 "자력갱생·자급자족을 강조하더라도 갑자기 대중수입 공급라인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부 품목에 있어 물가불안을 예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방역을 명분으로 한 주민 이동제한 조치 등의 여파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 식료품·생필품 가격이 출렁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관찰값만 제시되고 있어 지역 간 물가 격차 확대가 어떤 것에 영향을 받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자세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좀 더 긴 시계열이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대북제재 및 코로나19 여파가 누적되기 시작한 올해 북한경제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북중무역 재개 시점 △비공식 부문에 대한 정책 기조 △실용적 관료 중용 여부 등을 주요 변수로 꼽으며 "보건위기가 2년째 지속되고 있고 부정적 영향이 조금씩 증폭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단기대응을 어떻게 해나갈지 등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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