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개시…김여정 "대가 치를 것"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8.10 09:29 수정 2021.08.10 09:29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 강화"

축소 개최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첫발을 떼는 날, 북한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여정 하명 논란'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온 문재인 정부 대북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1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개인명의 담화에서 연합훈련이 "우리 국가를 힘으로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연합훈련이 "우리 인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보다 위태롭게 만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며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작전계획의 실행준비를 보다 완비하기 위한 전쟁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는 데 이번 합동군사연습의 침략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연합훈련 '축소'가 아닌 '취소'를 요구했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발표한 개인명의 담화에서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며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이 그간 강조해온 '상호주의 대응'을 거듭 천명하며 군사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 밝혔다.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


아울러 김 부부장은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북한의 군사력 강화 정책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상 핵 개발을 정당화하고 나선 것이다.


김 부부장은 "조선반도의 정세 발전에 국제적 초점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침략전쟁연습을 한사코 강행한 미국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며 "현 미국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 조성된 정세는 우리가 국가방위력을 줄기차게 키워온 것이 천만번 정당하였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담화 말미에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교착이 예상된다"며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외교적 해법을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북미 대화의 조건은 미국의 선제적 조치, 즉 국정원이 밝힌 '제재 일부 해제'가 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측이 북미회담 전제조건으로 △광물 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 △생필품 수입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부터 13일까지 연합훈련 사전연습 성격을 띠는 위기관리참모훈련을 실시한다. 오는 16일부터 26일까지는 전쟁 발발 상황을 가정한 연합지휘소훈련이 개최될 예정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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