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순부터 안산까지’ 한국이 배출한 신궁 계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1.07.30 19:02
수정 2021.07.30 17:58

안산, 혼성 및 단체전까지 석권하며 사상 첫 3관왕

여자 개인전 13개 금메달 중 한국이 9개 획득

안산(20·광주여대)이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 3관왕에 오르는 금자탑을 세웠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옐레나 오시포바(ROC,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슛오프 끝에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까지 가는 엄청난 접전이었다. 4세트까지 뒤지며 벼랑 끝에 몰렸던 안산은 마지막 5세트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 승부를 슛오프로 끌고 갔다. 마지막 한 발로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 안산의 화살은 10점에 꽂힌 반면, 오시포바는 8점에 쏜 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산의 대회 3관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은 개인전마저 석권하며 올림픽 양궁 첫 3관왕 영예를 거머쥐었다.


안산은 올림픽 양궁 최다 메달에서도 금메달 3개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는 ‘신궁’ 김수녕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그리고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 3개 대회를 거치며 금메달 4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1개씩 목에 걸었다.


김수녕에 이은 전설은 박성현과 기보배다. 두 선수 역시 2개 대회를 거치며 개인전 하나와 단체전 2개의 금메달을 획득, 여기에 은메달(박성현)과 동메달(기보배)을 하나씩 추가하며 4개의 올림픽 메달을 따낸 전설로 자리잡고 있다.


안산은 첫 출전한 대회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윤미진(2000년 시드니 개인전 및 단체전 우승,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체전 우승)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자 개인전의 계보만 살펴봐도 전설들이 수두룩하다. 개인전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의 서향순이다. 다만 당시에는 단체전이 도입되기 전이라 서향순의 올림픽 메달은 개인전 하나로 그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주인공은 김수녕이었다. 김수녕이 역대 최고의 ‘신궁’으로 불리는 이유는 개인전과 단체전, 그리고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와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김수녕이 따낸 금4, 은1, 동1의 업적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올림픽 양궁 역대 최다 메달이다.


조윤정, 김경욱, 윤미진, 박성현으로 이어져온 여자 개인전 금메달의 계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서 잠시 끊긴다. 당시 개최국 중국은 관중들까지 엄청난 홈 텃세를 부렸는데, 이로 인해 개인전 2연패에 도전했던 박성현은 아쉽게 장주안주안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2010년대 들어 개인전 금메달을 딴 기보배, 장혜진은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선수들이다. 이들 모두 이번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고, 방송 해설자로 마이크를 잡아 후배들의 위대한 업적을 축하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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