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선수 265명 성폭행 사건, 수사 방치해 피해자 더 늘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1.07.16 07:11
수정 2021.07.16 04:36

FBI, 성폭행 피해 사건 장기간 방치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지난 2015년 미시간주립대에서 발생한 체조팀 성폭행 사건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성폭행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법무부의 마이클 호로위츠 감찰관은 119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FBI가 체조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선수 성폭행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섰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찰 결과 FBI는 2015년 성폭행 의혹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으나 피해 선수와 인터뷰를 하는데 5주가 걸리거나 다른 희생자들의 경우 인터뷰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FBI가 사건을 인지하고 나사르를 체포하기까지 추가로 70명의 여성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로 밝혀진 전체 피해자는 265명에 달한다.


호로위츠 감찰관은 "FBI는 2015년 9월 피해자 인터뷰를 한 이후 8개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며 "그 시간 동안 나사르의 성폭행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또한 호로위츠 감찰관은 FBI에서 사건을 맡았던 제이 애보트가 수사 문제를 덮기 위해 FBI와 언론에 거짓말했다고 밝혔다.


1986년 미 국가대표 체조팀에 합류한 나사르는 2016년 체포 직전까지 공식 주치의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치료 행위임을 가장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선수 수백 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저질렀다.


나사르는 두 건의 재판에서 지난 2018년 각각 징역 40∼125년, 징역 40∼17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017년에는 아동 성학대물을 소지한 혐의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았다.


나사르의 성폭력 피해자 중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시몬 베일스, 앨리 레이즈먼, 가비 더글러스가 있으며 스티브 페니 전 미 체조협회장과 체조협회 이사진, 미시간주립대 루 애나 사이먼 총장 등이 사건과 연루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FBI의 수사 실패와 관련해 존 콘린 연방상원의원은 "보고서가 여러 사법 집행 단위에서 사건을 고의로 무시하는 등의 치명적인 실패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면서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책임자 처벌뿐 아니라 집행기관엔 문제가 없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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