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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과 나경원, 잘 지고 잘 물러가는 법도 생각하라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입력 2021.06.07 09:32
수정 2021.06.07 08:32

나경원의 음모론과 김종인의 변심 발언 놀랍고 실망스러워

경쟁자, 거절자로 변한 사람들에게 ‘불안한 리더’ 낙인 시도

ⓒ데일리안 DB

스완 송(Swan Song)은 흔히 가수나 음악가가 남기는 최후의 걸작을 의미한다.


그 작품이 백조의 노래로 불리는 이유는, 사실은 아니지만, 예부터 고니(백조, 흑조라 불리는 기러기 목 오리 과 고니 속의 총칭)는 평생 단 한 번 죽기 직전에 울며, 그 노래가 정말 아름답다는 속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나경원(57, 4선)과 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80, 5선)의 엊그제 발언들을 보면서 이 스완 송이란 말이 떠오른다. 그런 노래를 준비해야 할 처지와는 매우 다른, 말들을 하며 계산하는 모습을 비춰서다.


이제 81세 생일을 맞는 김종인은 자신의 별명인 ‘킹 메이커’ 역할을 계속하려다 뜻대로 안 돼 제 풀에 지친 듯하다. 그는 ‘구원투수’로서 여야를 넘나들며 수완을 발휘하긴 하지만(그것이 시대적 행운이 함께한 성과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한 팀에 오래 있지 않는다.


작업이 끝나면 곧 떠난다. 오래 머물면 밑천이 드러날까 봐 피하듯 재빨리 보따리를 싼다. ‘고액 단타 과외 선생’이란 또 다른 별명이 그래서 붙어 있다. 이 별명은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말이면서도 뭔가 진정성이라든지 헌신과는 다른 뉘앙스를 준다. 학생들이 밉든 곱든, 교사(校舍)가 튼튼하든 기울어졌든 그것들을 오래 잘 가꿔 보려고 하는 선생님 상은 아니다.


떠나면서 그는 꼭 남아 있는 사람들을 탓한다. 그들(터줏대감) 때문에 못 해 먹겠다는 식으로 말하며 저주를 보내곤 한다. 그래도 그들이 또 부르고 또 부르니 구경꾼들로서는 뭐라고 흉을 잡을 수도 없었다.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했다. 그러나 그의 나이 탓인지 이제 그 약발도 효력이 다했다. 밑천이 드러나고 있다.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 된 경우는 없다.”


이 말이 잘못됐다거나 윤석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서 문제라는 뜻이 아니다. 그 자신이 전에 한 말과 달라서 듣는 논객의 마음이 무척 놀라울 뿐이다. 사람이 어째 저렇게 변하고, 마무리를 저렇게 밖에 못 할까 하는 실망과 안타까움이다.


김종인은 전 인천시장 안상수를 만나 저런 얘기를 했다고 보도됐다. “검찰 조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 지금의 어려운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고도 한다. 내년 대선 출마 의지를 갖고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에게 가위표를 친 것이다. 그는 불과 몇 달 전에 윤석열이 ‘별의 순간을 잡은 사람’이라고 평가했었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와 정치적인 갈등을 그런 리더십과 그런 스펙으로 (이끌기엔) 곤란하다. 난맥을 풀 수 있는 경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도우려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 발언 직전에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김동연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경제와 경력을 강조하는 배경에 그가 있다. 윤석열에서 김동연으로 그의 ‘킹 메이킹’ 카드가 바뀌었나? 윤석열이 그의 구애를 잠시 고민하다(두 사람이 만날 약속을 잡았다가 윤이 취소했다고 김이 전했다) 중매쟁이 없이 보수 제1야당과 바로 결혼하기로 마음을 정리한 것처럼 보도되자 확 돌아선 것이다.


나경원은 아직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하다. 돌풍이 태풍으로 변한, 36세 이준석이 여론조사에서는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다. 나경원, 주호영 등 나머지 후보들 지지율을 다 합쳐도 이준석에게 안 되며, 모든 연령과 지역, 특히 국민의힘 당원들이 가장 많은 대구·경북에서도 그가 1등이다.


나경원이 역전 신승을 하든 완패를 하든 그녀는 자기 이미지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며 아들뻘인 청년 후보에게 의연함을 보여 줘야 할 의무가, 필자를 포함한 자기 팬들에게 있다. 다음과 같은 그녀의 음모론적인 상대 후보 음해 발언은, 지금까지 필자에게 비친, 만년 음모론 피해자 후보 나경원이 아니었다.


“일각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후보가 ‘위험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래서는 필패다.”


이준석이 김종인을 꼭 모셔 오겠다고 공언한 사람이고, 김종인은 이제 윤석열을 평가절하하고 있으니 (당 대표가 되면 유승민을 대선 후보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이준석과 김종인이 짝짜꿍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갖다 붙여도 어떻게 이렇게 교묘하게 갖다 붙일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한 상상력이다.


김종인이 국민의힘에 올 일은 없다. 그 자신이 그렇게 말했고, 이제 그를 필요로 하거나 반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김종인 없어도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야권 내에서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너무 많고, 민심 이반(離叛)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준석이 유승민계여서 유승민을 민다? 여론조사 지지도 1%대인 유승민이, 설사 이준석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30% 안팎 지지를 받는 후보로 단숨에 도약하리라고 믿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 잠재력의 인물이라면 현재 이미 최소한 10% 이상 지지도가 나와야 한다.


나경원은 서울대 법대에서 조국을 포함한 입학 동기들이 그녀의 필기 노트를 빌려 시험공부를 했다는, 모범생 출신이다. 그 이력과 고운 이미지로 보수 정당에서 4선을 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는 같은 판사 출신, 무명의 집권당 후보 이수진에게 자신의 텃밭 서울 동작을에서 패했다. 그리고 두 달 전 서울시장 보선 경선에서는 언더독(Underdog, 약세 후보) 오세훈에게 역전패했다.


그녀는 정권 교체가 정말 중요한 시점인데, 경험 없는 ‘어린 친구’가 당을 맡아서 되겠느냐는 식으로 당원들에게 걱정을 (억지로) 안겨 주고 있다. 이준석이 당을 이끌면 정권 교체가 어려울지는 당원들이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주장하는 ‘김종인과 이준석이 만날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에 관한 상상력 또한 당원들이 찬반 심판을 하게 될 것이다.


선거의 승자는 바람이 결정한다. 4.15 총선은 코로나, 4.7 보선은 진보좌파 정권 심판을 위한 중도우파가 그 바람의 진원(震源)이었다. 강경 보수 딱지가 붙어 있는 나경원은 이 바람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6.11 전대의 바람은 중도우파의 연장선상에 세대교체가 더해져 태풍이 돼 있는 상황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나경원은, 그리고 김종인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두 사람은 서울대를 나오고 판사, 교수, 관료를 지낸 엘리트 중의 엘리트 출신이다. 그런 그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더 받는 경쟁자와 구애 거절자로 변한 같은 엘리트들에게 ‘불안한 리더들’이라고 낙인찍으려 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 내년 정권 교체를 비롯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을 진심으로 다 한 다음, 정치 인생의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 잘 지고, 잘 물러가는 법을 배우도록 권한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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