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경쟁자 추격 ‘EUV’로 따돌린다…미세공정 초격차 속도
입력 2021.05.13 06:00
수정 2021.05.13 10:44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내 차세대 제품 양산
D램도 미세공정이 좌우…EUV가 경쟁 밑거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D램 시장에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미세공정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업계 3위 마이크론의 추격을 뿌리치고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D램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EUV 기술은 반도체 웨이퍼 원판에 빛을 쪼여 회로 패턴을 그리는 포토(노광)공정에서 활용되는데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한다. 기존 액침불화아르곤(ArF)의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10분의 1 미만) 반도체에 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데 유리하고 성능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문에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선폭이 7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이하의 선단(첨단) 공정 가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대당 가격이 1500억원이 넘지만 미세공정 구현을 위해 수요는 여전히 높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반기부터 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D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D램을 15나노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하반기에 EUV 장비를 활용한 14나노 양산이 계획돼 있다”며 “이미 주요 칩셋업체들로부터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착공을 앞두고 있는 경기 평택 3캠퍼스(P3)에서도 EUV 장비를 반입해 7세대 적층(V) 낸드플래시와 함께 10나노급 D램 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P3 라인에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새로 준공한 경기도 이천 M16 라인에서 최초로 EUV 공정을 도입해 올해 하반기부터 4세대(1a) D램 양산에 돌입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하게 될 M16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1만7000여평)의 건축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업계 3위 마이크론과의 기술 격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마이크론은 지난 1월 액침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1a D램을 양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ArF의 경우 16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주로 활용되는 장비로 5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에 이용되는 EUV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져 성능과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이 발표 이후 제품 사진 등을 공개하지 않아 양산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미세공정을 주도할 수 있는 EUV를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D램 경쟁에서도 미세공정 여부가 경쟁력을 크게 가를 수 있는 만큼 EUV 도입이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71.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42.1%로 1위, SK하이닉스가 29.5%로 2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23%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