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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와 코로나 재난지원금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4.28 07:00
수정 2021.04.26 09:19

총선 목전에 두고 재난지원금 지급 약속은 여당에 유리는 상식

현재의 코로나19 상황 보면 내년 대선 전 종식 가능성은 희박해

선거 앞두고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대두시 중립성·금권선거 시비

ⓒ데일리안 DB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정당의 지도부가 구성되고 나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지난해 실시된 총선과 ‘대선 전초전’이라 일컬어지던 4.7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재‧보궐선거에서는 참패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난데에는 외부적 요인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총선 때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여당 지지를 견인했다. 반면에 재·보궐선거에서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개발 예정지 투기 의혹에 분노한 민심이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확산하면서 여당에 참패를 안겼다.


돌이켜 보면 지난 총선 때 덮친 코로나19 사태도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마스크 대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코로나 확산을 진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여기에 정부·여당에서 적시에 꺼내든 재난지원금 카드는 승리를 굳히는 한 수였다. 돈을 준다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총선용 돈 풀기’라느니 국민의 혈세라느니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등의 주장은 먹혀들기 힘들었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에 의하면 정부는 총선 이틀 전에 177만여 명의 아동수당을 받는 아동의 보호자에게 아동 1인당 40만원의 아동돌봄쿠폰 돌봄포인트를 지급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의 취약계층 긴급지원 사업도 선거 직전에 지급이 이뤄졌다. 109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지원 명목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만들었으며, 업소당 최대 50∼200만원, 1인당 5∼40만원을 선거 직전과 직후에 대부분 지급했다. 총선을 전후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1조 8491억원이나 되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애초에는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소득 하위 50%’만 지원하려던 것이 ‘70% 지원’으로, 다시 ‘100%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되었다. 예산 규모도 애초의 정부안 보다 무려 4조6000억원이나 증액된 12조2000억원으로 결정되었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처럼 막대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지급을 약속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상식적인 판단이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유권자 등에게 금전이나 물품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기부행위를 금지하면서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조례에 의하거나 구호·자선 행위, 긴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직무는 계속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 규정은 말 그대로 엄격하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이를 광범위하게 허용한다면 기부행위를 금지한 법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라면 더욱 엄격하게 운용해야 한다. 자칫 선거에 이용되거나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수 의원은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하여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주는 게 아니라 선거 막판에 택시 운전사, 버스 운전사, 미용사 등 여러 층에 돈이 먼저 갔다’고 지적했다. 이 주장대로 재난지원금이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에게 먼저 지급되었다면 선거에 이용했다고 의심받을 만하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국민 지급 주장에 선거 논리가 개입돼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정부분 그런 게 있다.‘고 실토한 바 있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내년 대선 전에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명목을 만들어 금품을 지급하려고 할 수도 있다. 지난 총선 때에도 ‘위로 지원금’ 지급이 거론된 바 있다. 정부의 중립성 논란과 금권선거 시비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정부가 금품을 지급하고자 할 때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 해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도록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거기간 중에는 이를 금지하되, 선거일 전 1월 이내에 발생한 ‘긴급한 현안’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든지, 사전에 선관위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 봄 직하다. 이런 장치는 선거라는 특수상황에서 정치권력의 남용으로부터 정부(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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