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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K8 "이봐 그랜저, 자넨 이거 못하지?"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4.14 06:00
수정 2021.04.13 20:57

깜빡이 켜니 알아서 차로변경…진화된 반자율주행

스팅어의 질주본능에 K9의 귀족본능까지

K8 차로 변경 보조 기능이 작동되는 모습. 방향지시등을 켜니 핸들이 스스로 돌아가며 차로를 변경해준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아 딜러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K5나 스포티지 이후 갈 곳이 없어 방황하다 제네시스나 수입차로 갈아타는 고객들을 잡아둘 수 있는 무기가 생긴 것이다.


세단 수요층은 크게 둘로 나뉜다. 화끈한 고성능이거나 품격 있는 고급이거나. 고성능이라면 스팅어가 있고 고급 세단이라면 K9이 있지만 까다로운 고객은 ‘스팅어는 너무 날티 나고 K9은 너무 올드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때 기아 딜러들이 제시할 대안이 생겼다. 다이내믹과 럭셔리의 절충점을 찾은 K8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2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K8을 타봤다. 시승 구간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남양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80km 구간으로, 도심과 고속도로, 국도 등이 포함됐다. 시승차로는 K8 3.5 가솔린 2륜구동(2WD)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모델이 제공됐다.


K8.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K8은 디자인에서부터 여러 노림수를 갖고 만든 모델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입을 크게 벌린 듯한 ‘타이거 페이스’의 전면 디자인과 뒷좌석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낮아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측면 실루엣은 다이내믹함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들을 유혹한다.


그러면서도 헤드램프나 측면 캐릭터 라인에서는 불필요한 기교를 지양해 고급 세단의 품격을 유지했다. 길게 뻗은 후드를 비롯, 5m를 넘는 전장은 날렵해 보이되 가벼워보이진 않는다.


후면 디자인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자로 이어지되 양 끝에서 Y자 모양으로 갈리는 리어램프는 후측면에서 보면 참신하지만 도로에서 멀찌감치 보면 뭔가 부족해 보인다. 뒤태를 정면으로 보면 Y자로 갈리는 부분이 시야에서 사라져 차가 실제보다 작아 보이는 느낌까지 준다.


K8 뒷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실내는 기존 K7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럭셔리하고 넓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틈새 없이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가로형으로 펼쳐진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가 실내를 한층 넓게 보이게 한다.


공조장치 등 주요 조작버튼은 터치식으로, 변속기는 다이얼식으로 만들어 첨단 이미지를 강조했다. 특히 변속기와 주행모드 변경 버튼 등 주요 조작부를 바닥에 깔아놓지 않고 마치 리모컨처럼 살짝 들어올려, 센터콘솔에 팔을 얹은 채로 조작하기에 최적의 자세를 만들어주는 세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K8 운전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K7보다 40mm나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뒷좌석 레그룸도 한층 넓어졌다. 뒷좌석까지 열선과 통풍시트 기능이 제공되며, 암레스트를 내리면 오디오 등을 제어하는 조그셔틀과 버튼이 나온다.


시트는 물론 도어트림까지 퀼팅 모양의 고급 나파가죽으로 덮였다. USB 단자도 두 개나 준비해 놨다. 여러모로 ‘귀한 손님’을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K8 뒷좌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럭셔리 세단의 이미지는 곧 잊힌다. 3.5ℓ 배기량의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가속페달을 밟는 족족 1.6t의 차체를 가볍게 잡아끈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의 토크를 짜내는 듯한 느낌과는 다른 넉넉하고 묵직한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탄탄한 하체는 빗길에서 급회전 코너를 지날 때도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버텨준다. 전장이 긴 전륜구동 세단 특유의 꽁무니가 출렁거리는 느낌도 전혀 없다. 이날 시승차로 준비되진 않았으나 4WD 모델의 퍼포먼스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K8 주행모습. ⓒ기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현대차그룹의 대중차 브랜드에서는 처음으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가 달렸다. HDA1과의 가장 큰 차이는 차로 변경 보조 기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 기능을 설정해 놓은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니 옆 차로가 빈 타이밍을 노려 스스로 차로를 옮긴다. 핸들에서 일정 시간 손을 떼면 클러스터에 경고가 뜨니 손은 살짝이라도 얹어 놓아야 하지만 핸들이 스스로 돌아가는 게 느껴진다.


형제차인 현대차 그랜저는 할 수 없는 기능이다. 물론 풀체인지 모델에는 달려 나오겠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들에 비해 국산차의 ADAS 기능에서 부족해 보였던 부분이 차로 변경 보조였는데 이젠 그 부분들도 충족된 것 같다.


K8 주행모습. K8의 뒤태는 후측면에서 테일램프를 켠 상태에서 봐야 봐줄만 하다.ⓒ기아

그밖에 옆차로 차량이 가까이 다가올 경우 차로 내 편향 주행을 하는 기능도 달려있다고 하는데, 불행히도(?) 시승 중 그런 서툰 운전자를 만나지 못해 테스트해보진 못했다.


이 차가 럭셔리 세단임을 깨닫게 해주는 여러 첨단 기능들도 있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운전중 최적의 자세를 만들어 주거나 골반 허리 등을 마사지해주기도 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꾸거나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버킷시트처럼 옆구리를 강하게 받쳐 주는 역할도 해준다.


에르고모션시트 작동 화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바람을 쐬려고 한동안 창문을 열어두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맹랑한 짓도 한다. 대기질이 안 좋을 경우 작동하는 기능이다.


핸들에 배치된 버튼류의 위치가 일반 차량의 정반대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통상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산차의 경우 오디오와 전화 연결 버튼은 핸들 왼쪽에, 클러스터와 크루즈컨트롤 조작 버튼은 오른쪽에 배치하는데, K8의 경우 좌우가 뒤바뀌었다.


K8 핸들. 오디오와 전화 연결 버튼은 핸들 오른쪽에, 클러스터와 크루즈컨트롤 조작 버튼은 왼쪽에 배치돼 있다. 기존 기아 모델들과는 정 반대의 위치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아 측에 문의해 보니 디스플레이 배치가 클러스터는 왼쪽, 인포테인먼트 관련은 오른쪽인 만큼 버튼류도 그에 맞게 배치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치상으론 맞는 얘기지만 다른 차를 운전하던 사람이라면 한동안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 시승구간 주행 후 연비는 10.2km/ℓ로 가까스로 두 자릿수를 넘겼다. 2WD 모델 신고연비인 복합 10.6km/ℓ에 살짝 못 미치게 측정됐다. 고속도로에서 HDA를 켜고 정속 주행하면 14km/ℓ대까지 찍는다. 3.5ℓ의 고배기량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K8 판매 가격은 가솔린 최저 트림인 2.5 가솔린 노블레스 라이트가 3279만원, 최상위 트림인 3.5 가솔린 플래티넘(4WD)이 4526만원이다. 시승 모델인 3.5 가솔린 2WD 시그니처 모델 가격은 4177만원이다.


▲타깃 :

- 애마 업그레이드를 원하지만 예산은 획기적으로 늘리기 힘든 중형차 오너.

- 기아를 벗어날 순 없지만(직원할인 때문에) K9이나 모하비의 덩치는 부담스러운 기아 직원.


▲주의할 점 :

- 뒤태가 숨막힐 정도는 아니니 되도록 숨길 것.

- 핸들 위 뒤바뀐 버튼 위치를 숙지하지 않으면 음악 들으려다 크루즈 컨트롤의 세계로 강제 인도되는 수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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