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유시민, 심각한 난독증 환자…맥락 없는 우파 포퓰리즘 비판"
입력 2021.04.11 15:46
수정 2021.04.11 15:47
유시민, 민주 제도 동원 민주주의 파괴 지적 책 읽더니
난데 없이 북한 연관 '우파 반북 포퓰리즘' 비판 나서
김근식 "뭐 묻은 개에겐 뭐만 보인다더니…반성 커녕
文정권이 민주주의 제도 무시하고 권력 폭주 일삼아"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유튜브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공동으로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 라는 책을 읽고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 우파의 '반공 포퓰리즘'이라 주장한 것을 두고 "심각한 오독증·난독증 환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이사장이 이제 심각한 오독증이 있나 봅니다"라며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읽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책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남미 차베스와 미국 트럼프 정권을 주로 분석하며 선거로 선출된 합법적 정부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사실상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최근의 민주주의 위기 현상을 분석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군사 쿠데타나 물리력 동원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를 동원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아이러니를 지적한 것"이라며 "따라서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이 책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입법, 행정, 사법 장악과 언론 및 인터넷 여론 장악, 적폐청산의 악마화 작업과 대중영합적 포퓰리즘 등이 민주주의의 위기신호라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시민 이사장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해당 책을 소개하며 "야당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독재다'란 말을 하는데, 어떤 가치관과 판단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를 독재라고 하거나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는지 이해하는 데 약간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 유 이사장이 국민의힘의 입장과 김 교수의 해석에 동조하는 것처럼 풀이되지만 그는 이 발언 이후 "정치세력들이 서로 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권자의 호감을 위해 다툰다"며 "정당들은 지지율과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 싸우는 것이고, 싸움 자체가 목적이 아닌 그 싸움을 통해 우리 편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유일하게 상대방을 말살할 수 있는 방법이 북한하고 연관시키는 것으로, 분단 상황이 지속하는 한 우리나라는 '우파 포퓰리즘'이 없어질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대북관을 비판하곤 했던 보수정당의 '반북(反北) 프레임'을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위기에 빠뜨리는 원인이라 주장한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유 이사장은 이 책을 통해 야당의 주장을 이해했다면서도 갑자기 북한을 끌어들여 '우파 반북 포퓰리즘'을 비난하고 나선다"며 "문재인 정권의 폭주와 대중선동과 포퓰리즘을 사회과학적으로 비판하는 정치학 서적에서 갑자기 우파의 반공독재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 책은 위기의 민주주의를 복원할 수 있고 민주주의의 연성 가드레일을 지켜낼 수 있는 규범으로, 상대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과 합법적 권리를 행사하면서 신중함을 잃지 않는 제도적 자제(forbearance)를 결론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데 유 이사장은 이 핵심결론은 뒤로 미룬채, 정치경쟁자에 대한 부정의 신호 중 하나만을 내세워 우파의 반공독재를 연상시킨다고 주장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뭐 묻은 개에겐 뭐만 보인다더니, 이 책을 읽고도 반성은 커녕 전혀 맥락없는 반공 포퓰리즘으로 보수야당을 공격하는 정도면 유 이사장은 심각한 오독증·난독증 환자이거나 아니면 예전의 총기가 사라진 것"이라며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야말로 문재인 정권이 상호관용과 존중, 제도적 자제를 무시하고 거대여당과 일방적 여론몰이로 권력의 폭주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번 재보궐선거 참패도 이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며 "같은 책을 보고도 전혀 엉뚱한 해석을 하고 있는 유 이사장은 그들만의 '동굴'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답이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