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당적으로 '북한 인권' 챙긴다…한국은 애써 '외면'
입력 2021.04.10 00:00
수정 2021.04.09 22:34
오는 15일 화상으로 개최
바이든 행정부 인권 중시 기조 영향
文 정부의 자국민 기본권 제한과
北 인권 경시에 대한 우려 표할 듯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미국 의회 청문회 대상으로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 로비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중심 외교노선에 미 의회까지 호응하는 분위기다.
미 의회 내 초당적 인권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8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5일 전단금지법 관련 화상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 제목은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으로 문 정부가 자국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북한 인권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위원회 측은 청문회 개최 배경으로 '북한 인권 증진 노력 저해'를 언급했다.
랜토스 인권위 공동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 개최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하지만 민주당 측 공동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이 뚜렷한 입장 표명을 삼가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문 정부가 지난 1월 '워싱턴 거물'인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이 소속된 로펌과 계약을 맺고 전방위 로비를 벌이기 시작한 뒤론 사실상 청문회가 무산됐다는 관측까지 제기됐었다.
미 의회 기류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중시 외교 노선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청문회 개최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던 맥거번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 행정부 외교노선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관련 논의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한 게 청문회 개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그간 북한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하며 "외교정책 중심에 인권을 두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와 대북확성기 방송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문 정부는 그간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 보호 등을 내세워 법안 정당성을 워싱턴 조야에 설명해왔다. 국제인권단체의 우려를 일부 반영해 '제3국 살포'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한 해석지침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김여정 담화' 직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 △자국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정보 유입 활동을 사실상 원천 차단한다는 점 등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문 정부는 이번 청문회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는 우리 국회 청문회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생명·안전 보호 차원의 접경지역 주민 목소리가 좀 더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랜토스 인권위가 공식적 상임위원회가 아닌 '의원 모임'에 가까운 만큼, 미 의회의 공식적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 부대변인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증진 같은 여러 인권적 가치들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 보호와 같은 가치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본질적 표현의 자유가 아닌 일부 특정한 표현의 방식만 최소한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청문회 개최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미 행정부·의회·인권단체 등을 대상으로 입법 취지 및 법안 적용 범위·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해 미국 측 이해를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