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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막 오른 이재용 재판...사법리스크로 수심 깊어지는 삼성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03.12 06:00
수정 2021.03.12 08:39

5개월만에 재개된 재판서 檢-변호인 주장 첨예하게 맞서

치열한 법정공방에 사안 복잡성으로 재판 장기화 불가피

코로나19에 재판·수사 겹치며 옥중경영도 원천봉쇄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 재판이 5개월만에 다시 재개된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단간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결정을 무시한 채 무리한 기소로 시작된 이번 재판은 사안의 복잡성으로 장기간 재판이 불가피해 이 부회장과 삼성에 드리워진 사법리스크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1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가 진행한 이재용 부회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단간 치열한 법정 공방 속에 6시간 넘게 진행됐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재판은 8시2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공판준비기일이 재판의 쟁점과 피고인 측의 입장을 정리하는 사전 절차 성격이 짙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그만큼 양측이 주장이 치열하게 맞선 것이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지난 2015년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높이기 위해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룹 미래전략실이 수립한 '프로젝트G'에 따라 합병이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해 합병해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고평가·저평가·지배적이라는 표현이 모두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합병 발표 전 6개월간 제일모직 주식을 466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점을 들어 기관이 곧 하락할 주식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며 제일모직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검찰의 주장은 합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사간 합병으로 피해를 본 것이 없고 오히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신용등급이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자료사진)ⓒ연합뉴스

양측이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재판이 합병과 회계가 핵심 이슈로 사안의 복잡성으로 인해 재판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정농단 재판도 총 3년 10개월이 걸렸는데 이번 재판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는 다시말해 이 부회장에게 드리워진 사법리스크의 그림자가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합병과 회계 사안은 워낙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전문가들의 분석과 감정을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재판부가 감정인을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3년 쌍용자동차 해고무효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쌍용차의 회계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검증하기 위해 당시 최종학 서울대 회계학과 교수를 특별감정인으로 선임해 감정을 시행한 선례가 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도 재판부가 분할 대상이 될 양측의 재산을 감정하기 위해 감정평가사 2명과 회계사 1명 등 모두 3명의 감정인을 선임한 바 있다.


법원이 전문적인 분야의 사건을 심리할 때 관련 분야별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하고 재판 결과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전문심리위원과 유사하다.


하지만 전문심리위원의 설명이나 의견의 경우, 재판에서 공식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고 전문지식을 보충하는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반면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공식증거로 채택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 크고 이에 분석과 감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더 길 수밖에 없다.


앞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당시에는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 평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3명의 전문심리위원들을 선임해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서영득 변호사(법무법인 정론)는 “이번 재판은 합병과 회계 관련 사안이어서 내용 자체가 복잡하고 관련 자료도 방대할 수 밖에 없어 어떤 방식으로든 전문가들이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들이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하고 감정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옥중에서 재판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프로포폴 관련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법리스크는 더욱 가중되게 됐다. 지난해 검찰에 이어 이번에는 경찰에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이중으로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이다.


이 부회장측은 지난해에도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고 이후 개인적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불법 투약이 전혀 없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드린다"며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에서도 불법 투약 혐의가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재판과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회사 경영에 신경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데 우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변호인단만으로 면회가 제한되면서 경영진들로부터 현안에 대한 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판과 수사 부담으로 옥중 경영이 아예 원천 봉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속에 이은 재판과 수사로 이 부회장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 열악해지고 있다”며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커질수 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로 재판 준비절차를 종결하고 오는 25일 오전 10시 첫 공판을 진행한다.이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출석한다.


검찰측은 진행되는 절차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신청해야 할 증인이 250명이나 된다며 주 2회 재판을 요구했지만 변호인은 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워 격주 1회를 요구하며 대립했다.


이에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절충해 5월까지 격주로 진행하되 6월부터 매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달 8일 2차 공판부터는 본격적인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DB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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