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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 재산 절반 기부 발표 왜 했나?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02.08 15:28
수정 2021.02.08 16:13

재벌식 승계의혹 불거지자 사회환원 재산 기부 ‘공식화’

기부 규모만 최소 5조 이상…승계관련 내용은 언급안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산 절반을 기부한다고 밝힌 가운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를두고 김 의장이 그간 밝혀왔던 재산의 사회환원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관측부터 최근 불거진 ‘2세 경영승계’ 가능성으로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까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김 의장은 이번 발표에서 재산 기부는 언급했지만, 최근 제기된 자녀 승계의혹에 대한 해명은 빠져있어 자수성가한 벤처 기업가가 재벌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은 가시질 않고 있다.


8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면서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직접 소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총 재산은 10조2102억원으로 추산된다. 기부하겠다는 재산 절반만 해도 최소 5조원 이상이라는 계산이다.


제주 카카오 사옥.ⓒ카카오

앞서 김 의장은 최근 두 자녀에게 각각 주식 6만주(264억원)씩을 증여했다. 이후 두 자녀가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계 의혹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투자전문회사로 알려진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 회사로 카카오의 지분 11.21%를 갖고 있다. 카카오의 1대 주주는 김 의장(13.74%)으로 둘을 합친 카카오 지분은 24.95%다. 사실상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셈이다.


카카오는 김 의장의 승계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김 의장 본인이 승계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지속해서 내비쳐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김 의장은 2017년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벤처에서 자식에게 기업을 상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미국도 그렇고 주변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는 제 세대가 거의 첫 세대라 지켜봐야겠지만,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준다는 개념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해서는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다”며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지 않으면 마음에 걸린다. 자연스럽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카카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이번 사내 메시지에 최근 제기된 ‘승계의혹’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김 의장 자신이 자녀에게 승계 안한다고는 하지만 가족회사에 취직을 시켰다는 점과, 아직 승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김 의장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조원 넘게 증가한 4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두 배 넘게 증가한 4500억원에 달하는 등 몸집이 점차 비대해지고 있다. 계열사 구조 역시 점점 총수가 거느리는 재벌 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서비스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에서도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면 시장의 의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며 “김 의장이 기존 재벌, 대기업과 다른 노선을 걷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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