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이번엔 달랐다…與 공개 저격에도 '재정건전성' 관철
입력 2021.02.05 19:35
수정 2021.02.05 23:33
與지도부 일침에 "재정건전성 같이 봐야"
"60년만에 年 4차례 추경…최대한 역할"
"행정·정치 국민 위해 달리는 수레바퀴"
"바퀴 한쪽 크고 한쪽 작으면 똑바로 못가"
당정 재정 협의에서 결정적 순간에 굽히며 '물총리' 비난을 샀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여권의 확장 재정 압박에도 소신을 지켜냈다. 민주당 지도부가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동시 지원을 반대하는 홍 부총리를 향해 사퇴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던 분위기에서 그가 뜻을 굽힐 것이란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 재정적자가 나타나고 다시 회복되는 가능성 등을 다 감안해야 하고 국가신용등급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정의 엄중한 측면을 말하는 건 기재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목소리"라고 밝혔다.
예상대로 여당은 재정의 확장적 역할을 주문하며 홍 부총리와 기재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재정 적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 비해 재정 지원 규모가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그 어느 나라보다 건전하고 여력이 있지만 그 하나를 가지고 비교할 수는 없다"며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셧다운의 정도나 확진자 수, 피해나 성장률 낙폭이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마다 경제 구조도 달라서 어떤 나라는 재정이 들어가고, 어떤 나라는 금융이 같이 들어간다"며 "우리는 재정과 금융지원을 같이 보면 OECD 국가 중 13위"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부채가) 양호한 수준이 아니냐"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홍 부총리는 "저희도 작년 저희 재정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했다고 할 수 있고, 60년만에 1년에 네 차례 추경을 했다"며 "저로서는 국가 신용등급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지금과 같이 재정의 엄중한 측면을 말하는 것은 기재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목소리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당국의 책임을 설파했다. "기재부가 국가의 곳간 못지않게 국민의 곳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홍 부총리는 "재정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보는 시각에 대해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 발언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선별 지원과 전 국민 보편 지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4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에도 홍 부총리는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한 바 있다. 재정 당국자로서 재정건전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관철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작년 코로나19 위기에도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했다"면서 "재정을 맡은 입장에서 재정 수지, 국가채무, 재정건전성 문제도 같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재정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시와 함께 재원을 분담해 고용취약계층 지원을 하는 방안에 대해선 "재정 여력이 있어 지원하는 지자체에 중앙정부가 쫓아가서 지원해주고, 여력이 없는 지자체에는 하지 않는 것 자체가 형평에 맞지 않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지원이 불충분하다면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대해 정부가 두텁게 더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나 이 사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당정간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홍 부총리에게 "행정과 정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행정이나 정치나 국민행복을 위해서 같은 목표로 달려가는 수레바퀴"라며 "한쪽이 너무 크고 한쪽이 작으면 똑바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재부를 이끌고 있지만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신혼부부·청년층·무주택자 등에 대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기본방향은 다주택자나 투기적 수요에 대한 대출규제는 철저히 하지만 무주택자, 청년·신혼부부는 대출의 폭을 오히려 넓히고 금리는 낮춘다든지 문을 개방해서 불필요한 규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를 낮춰 부동산 거래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에는 "다주택자나 다주택 보유 법인, 단타거래자들을 대상으로 한 양도세나 종부세의 중과이기 때문에 기대수익을 낮추기 위해서 중과를 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