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차관, 홍남기 화력지원…"재정지출 불가역성 상기해야" 작심발언
입력 2021.02.04 15:08
수정 2021.02.04 15:09
'제2차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 주재
"미래세대 감당 가능한 나라 살림 지켜야"
"공공기관, SOC·에너지에 62.7조원 투자"
"3기 신도시 조성·한국판뉴딜 등에 중점"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이 4일 "미래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재정과 공공부문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그 수요가 사회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재정관리의 소명에 대해 다시 한번 다짐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별적, 보편적 지원을 모두 담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에둘러 반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그동안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안 차관의 발언은 정치권에 맞서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홍남기 부총리의 소신과 일치된 것으로, '곳간 지기' 기재부 입장을 더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안 차관은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나라 살림을 지켜야 하는 과업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악어 입 그래프'란 지속적인 지출증가 및 세수감소로 국가채무가 악어의 입 모양으로 증가하는 재무구조를 의미한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77년 32%에서 2019년 220%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안 차관은 "공공부문의 효율 여부는 국민 부담과 연계된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들도 투자집행 과정에서 적은 재원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분야에 집중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서민경제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어 참담한 마음"이라며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특히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 대해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긴급고용안정자금 등의 신속한 집행으로 2일 기준 326만명에 대해 4조원이 지원돼 당초 설 전 지급목표(323만명)를 조기에 달성했다"고 했다.
올해 공공기관 투자와 관련해 안 차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65조원의 투자를 담당하며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고 국민 생활과 직결된 SOC와 에너지 분야에 62조7000억원(92.4%)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3기 신도시 조성 등 주거 안정 지원, 그린·디지털 경제 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 안전·환경 관련 투자 등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투자를 통한 경기보강 효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기 위해 상반기 조기집행 목표를 전년 대비 4.2%포인트(p) 증가한 53%로 설정했다.
한편 2020년 공공기관 투자실적을 결산한 결과 총 61조원을 집행해 전년도 집행실적 54조1000억원보다 6조9000억원, 약 12.8%가 증가했다.
안 차관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사업 취소·조업 중단, 수입 감소에 따른 투자 재원 부족, 장마 장기화 등 결코 녹록치 않은 집행 여건 가운데서도 대체 사업 발굴, 당겨 투자, 선금 지급 등 기관마다 고군분투의 노력 끝에 이뤄낸 값진 결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