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자제령에 투자매력 뚝...은행주 투자자 '부글부글'
입력 2021.02.04 07:00
수정 2021.02.03 17:22
배당 축소 이슈에 KRX은행지수 9.7% 하락...코스피는 0.6%↓
“은행주 밸류 디스카운트 요인”...악재 확정 이후 반등 전망도
은행주가 배당 규제·이익공유제 등 규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은행주의 배당이 큰 폭 축소될 경우 주주들의 이탈이 잇따를 수 있어 은행권도 노심초사다. 증권가는 당분간 은행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을 전망하는 한편, 악재가 확정됐다는 점에선 향후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금융지주와 은행 8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599.37로 거래를 마쳤다. KRX 은행 지수(663.63)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9.7% 내려앉았다. 이 기간 조정을 겪은 코스피지수가 0.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주가 흐름이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13.4% 빠졌고 KB금융(-11.3%), 우리금융지주(-7.4%), 신한지주(-6.7%)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하락했다.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주주배당 삭감을 권고하고 여권에서 이익 공유제 참여까지 압박한 것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올해 6월까지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L자형 장기침체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상당수 은행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권의 보수적인 자본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배당성향은 KB금융 26%, 신한지주 25.97%, 하나금융지주 25.7%, 우리금융지주 27%다. 금융위 권고안을 지키면 배당성향은 5~7%포인트(P) 이상 줄어든다.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공식적으로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은행지주 뿐 아니라 보험을 포함한 제2금융권에도 배당 자제를 주문해 파장이 예고됐다.
특히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양호한 실적을 낸 상황에서 배당 축소 권고가 나오자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다. 신한금융은 작년 3분기 누적 2조950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KB금융(2조8779억원)과 하나금융(2조1061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32% 오른 실적을 거뒀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은행 배당성향이 지난해 예상치 평균 23.7%에 비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은행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며 “글로벌 평균 배당성향인 약 50% 대비 현저히 낮은 국내 은행 배당성향, 은행의 배당 능력과 현재 처한 거시·규제환경 간의 온도 차이는 국내 은행업종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속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감독 당국의 배당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악재가 확정된 만큼, 배당 축소 여부가 결정되면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발표되는 이달 첫째 주까지는 은행업종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주가가 부진할 수 있다”며 “오히려 은행 실적이 발표되면서 배당 축소 여부가 결정되고 나면 악재 기반영으로 인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신한지주의 경우 타 은행과 배당성향 차별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신한지주가 작년 9월에 약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자본확충)를 실시한 점이 고려되면서 이번 금감원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U자형 시나리오와 L자형 시나리오에서 모두 배당제한 규제비율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배당매력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타행들과 달리 배당성향이 20%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고 해도 감독당국의 신중한 결정 권고를 고려할 경우 배당성향을 크게 높일 수는 없을 것이며,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수 증가분만큼은 타행과의 배당성향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배당성향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주식수로 인해 배당매력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