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 판 키우는 증권사들...신사업 육성 총력전
입력 2024.12.15 07:00
수정 2024.12.15 07:00
미래·현대차·한투·삼성, 조직 확대 개편 통해 역량 강화
시장 불안·주요 사업 침체 속 안정적·장기적 먹거리 부각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업계 고객 유치전 더욱 치열 전망
증권업계 퇴직연금 강자들이 최근 퇴직연금 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조직 개편을 실시하며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부동산 시장 침체 속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인 연금사업 확대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현대차증권 등 증권업계 퇴직연금 상위 사업자들이 나란히 퇴직연금본부에 중점을 둔 조직 개편을 실시하며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연금사업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진행하며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연금사업을 기존 연금1·2부문에서 연금혁신부문, 연금RM1부문, 연금RM2부문, 연금RM3부문으로 개편해 영업 조직을 확대하고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 3위인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기존 퇴직연금본부를 퇴직연금 1·2본부 및 퇴직연금운영본부로 확대하고 산하 연금영업부도 5개에서 8개로 확대했다. 2위인 현대차증권 퇴직연금 적립액의 약 78%가 자사 계열사 물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증권이 실질적인 2위라는 점에서 연금사업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차증권도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리테일 본부 산하에 연금사업실을 신설하고 퇴직연금 조직을 연금사업실 산하로 통합했다. 현대차증권의 3분기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은 14조6743억원으로 증권업계 1위다. 다만 퇴직연금 물량이 DB형에 쏠려 있어 확정기여형(DC)·개인형(IRP)의 성장을 위해 리테일과 연금사업실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주요 사업자인 삼성증권 역시 최근 연금 마케팅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본부를 자산관리부문에서 디지털부문으로 이관했다. 퇴직연금에 대한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일임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의 디지털화를 반영한 조치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내년 업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보유 상품을 팔지 않고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현물이전)’ 제도가 지난 10월 31일부터 시행되면서 고객 유치전이 본격화됐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미래에셋증권이 27조375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증권(2위·16조8082억원), 한국투자증권(3위·14조4822억원), 삼성증권(4위·14조1110억원), NH투자증권(5위·7조1866억원) 등의 순으로 2·3·4위의 규모 격차가 크지 않다.
증권사들은 대내외 불안정한 투자환경이 이어지면서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연금사업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주요 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에 대한 불안감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성 약화까지 우려되고 있어서다.
실제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성향을 보여주는 지표도 4년여 만에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이달 10일 15조원대로 내려오면서 12일 기준 15조1632억원으로 2020년 8월 27일(15조8785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향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는 은행·보험업권보다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운용이 주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 선점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