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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의 '은행 배당 권고'…관치에 멍든 금융권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2.01 06:00
수정 2021.02.01 05:21

은행권 작년 배당보다 5~7%P가량 낮출 듯…"주주가치 훼손"

여권 이익공유제 압박하는데…"일관성 없는 개입이 더 문제"

여의도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20% 아래로 낮추라고 권고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명분으로 민간금융사의 경영에 개입하거나 주주권리를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내부에선 당국의 유례없는 경영개입과 관련해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특히 일부 금융사에선 외국인 주주들이 금융당국의 관치와 정치권 간섭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 한 임원은 "우리은행을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전부 50%를 넘는데, 이들이 '너희 정부 왜 그러느냐'는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면서 "한국 금융시장 사정을 알고 있었겠지만 이 정도인 줄을 몰랐다는 뉘앙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의 공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금융시장 최대 리스크는 금융당국 관치와 정치권 개입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일부 금융지주들은 정부여당의 과도한 개인데 따른 소송 등에 대비해 주주 이익을 줄이는 대신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금에 출연하는 경영행위 등에 위법 소지가 있는지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의 투자자 대응·관리 부서에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이익공유제 관련 문의와 항의가 이어지는 등 금융사 주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민간금융사에 배당을 권고하는 게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있는 일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은행에 이어 보험사 등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보험사 임원들과 만나 이 같은 기조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사들이 돈을 배당에 쓸게 아니라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사 배당에 대해 구두 권고를 한 적은 있지만,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권고안을 공식적으로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등 해외 감독당국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수적인 자본관리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권고가 이익공유제와는 모순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금융권을 향해 노골적으로 이익공유제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은 "우려스럽다"는 원론적인 반응조차 내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선 "자본시장 논리와 금융상식을 뛰어넘는 주장"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다 오르는데 은행 주가만 제자리걸음인 것은 금융당국 관치와 여당 간섭의 결과"라며 "외국인 주주들을 비롯한 불만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신뢰도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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