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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⑥] 대답은 김현미처럼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2.28 07:00 수정 2020.12.28 05:18

도합 24번의 정책 실패에도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임기'

정책 실패에 더해 각종 실언 이어져 국민 분노 극대화

틈만 나면 전 정권 탓·無근거 주장·현실감각 상실 발언

후임 변창흠, 임명되기 전부터 발언 논란…'김현미 시즌2'?

김현미 국토부장관 (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지지율의 원인은 무엇보다 집권 이후 실패로만 점철된 부동산 정책이 1순위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도합 24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모조리 실패를 거듭하며 국민의 분노를 유발한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 정부 아래 최장수 임기를 이어간 장관이다. 기본적으로 '규제'를 골자로 한 24번의 정책을 내놓으며 취임 직후 부터 "집값을 잡겠노라" 자신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지만, 돌아온 결과는 현재도 끝없이 치솟고 있는 집값과 전세가격이었다.


일례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발표한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을 역대 정권별로 비교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평당 1540만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문 정부가 그토록 비판해 마지 않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의 상승액인 평당 331만원의 '7.5배'에 달한다.


2020년 한 해만 돌아봐도 7·10대책과 8·4공급대책 등 문 대통령의 추가 대책 주문으로 김 장관이 내놨던 카드는 줄줄이 실패로 돌아갔다. 설상가상으로 7월 국회에서 야당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한 채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강행으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며 전세 시장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소위 '미친 듯이' 상승하는 집값과 전세값에 주로 젊은층에서 일단 어떻게든 집을 사고 봐야 한다는 '패닉바잉'이 속출하며 문 정부의 지지율을 지탱하던 2~30대에서조차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당장 피부로 와닿는 현실적인 수치만이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던 요소가 아니라는 데 있다. 부동산 사태의 총책임자였던 김현미 장관이 임기 내내 각종 자리에서 쏟아냈던 논란의 발언들은 국민들의 분노를 배가시키고, 이에 따른 구설수를 자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차담회를 위해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우선 김 장관과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질 때마다 그가 꺼낸 카드는 '전 정권 탓', 한마디로 전 정권의 잘못으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책임전가'였다.


당장 대출을 조여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을 어렵게 하고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통해 주거이전의 자유 및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김 장관의 21번째 정책인 이른바 '6·17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고 박근혜 정부 탓을 해 "정권을 잡은지 3년이 되도록 전 정권 탓만 하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지난 7월에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자리에서 "문 정부 들어 집값이 11%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질타를 받았다. 경실련이 당시 발언에 대해 문 정부 아래 아파트값이 지난 5월까지 53% 올랐다는 근거자료를 발표하며 공식 석상에서 김 장관이 11%라고 답한 배경을 설명해달라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특별한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특히 집값 상승 문제에 보다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청년 세대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지적은 김 장관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뜻)'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시점에서 극대화됐다.


그는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의 공급 물량을 생각해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지만, 역설적으로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어 청약 당첨 확률히 현저히 떨어지는 젊은층의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발을 유발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발언을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빗대 비판한 장면. ⓒ진중권 페이스북 갈무리

김 장관 답변 논란의 정점은 지난 11월 '빵 발언'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 나선 김 장관이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조언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 발언으로 인해 김 장관을 향해 '마리 빵뚜아네트'라는 별명이 생기는가 하면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는 "(과자로 만든 집이 나오는) 헨젤과 그레텔이냐"며 그를 조롱했다.


또 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발언이 나오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의 인허가 물량이 적어 현재의 공급이 적다는 '책임전가'를 시도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끊임 없는 교체 요구에도 번번히 김 장관의 손을 들어주며 현 정부 내 '최장수 임기 장관'을 만들어준 문 대통령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정책 실패를 떠나 안일한 발언이 연거푸 이어지며 국민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탓이다.


'시무 7조'를 썼던 진인 조은산은 최근 정부여당을 향해 "단 몇 포인트의 지지율이라도 회복하고 싶다면 차라리 부동산·집값·임대주택 등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일갈했다. 관련된 언행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화만 재촉하니, 차라리 입을 닫고 있는 게 나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기다리고 있는 변창흠 후보자 또한 임명도 되기 전부터 각종 발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자칫 '김현미 시즌2'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변 후보자가 과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피해자 및 임대주택 거주자를 비하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인사청문회에서 "여성은 화장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식사를 꺼린다"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까지 일으킨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들은 김현미 시즌2를 원하지 않는다"며 "부동산 정책 기조의 전면 대전환 없이 24번의 누더기 정책과 궤를 같이 하겠다는 식의 발언들이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걱정이다.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와대는 시청자인 국민이 싫다고 해도 변 후보자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여 '김현미 시즌2'를 찍겠다며 밀어붙일 태세"라고 꼬집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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