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금 잡아라"…'OCIO'서 먹거리 찾는 운용사
입력 2020.12.23 05:00
수정 2020.12.22 16:37
삼성운용 시장 진출 가장 빨라...운용사들 기금유치 경쟁 치열
증권사도 관련 조직 확대...NH투자증권 올해 2건 OCIO 선정 성과

국내 굴지의 기관들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하는 곳이 잇따르자 국내 자산운용사들간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공적기금외에 연기금과 공제회의 큰 기금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국내 운용사들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외부위탁운용(OCIO) 기관 선정에서 깃발꽂기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OCIO는 자산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증권사들도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관련 조직을 만드는 등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내년 1월 14일까지 입찰 마감을 하는데 벌써부터 운용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2곳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를 맡고 있는데 이번에 선정되는 주간운용사는 내년 4월 말일에 기간이 만료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후속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후속 주간운용사로 선정이 되면 내년 4월 말일부터 2025년 12월 말일까지 연기금투자풀을 운용하게 된다.
자산운용사들은 아직 운용보수가 낮은 시장이지만 향후 시장이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이 전격적으로 도입되면 금융투자회사들에게 OCIO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광풍이 일었던 주식투자에 비해 외면받던 펀드시장 위축으로 부진했던 자산운용사들이 OCIO 시장에서 그나마 실적 만회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장기화로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운영하던 기관이나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을 위탁하려는 수요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며 "아직 보수가 낮고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OCIO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가운데서도 삼성운용의 시장 진출이 가장 빠르고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웃소싱 CIO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운용사들도 최근 속속 조직을 만들어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동시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민간 기업들의 외부 위탁운용 수요가 향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기금사업부문 조직을 격상시키고 산하에 OCIO팀을 신설해 대응하고 있다. 2000억원 규모의 서울대 발전기금에 대한 OCIO에 선정된데 이어 1500억원 규모 이화여대 학교기금 OCIO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삼성운용은 기획재정부 연기금투자풀이나 고용노동부 산재보험기금의 OCIO로서 공적기금들을 위탁 운용해오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2013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를 맡아오면서 경험을 쌓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OCIO 사업을 위해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신한BNP파리바운용과 KB자산운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체투자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는 등 늘어난 OCIO 선정을 위한 운용사들의 물밑작업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OCIO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한 조직재편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서도 지난 9월 초 1조3000억원 규모의 성과보상기금 전담운용기관(OCIO) 선정에 나섰고 우선협상대상자로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당시 NH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6곳, 자산운용사들은 5곳이 몰리며 경쟁이 치열했는데 외부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NH투자증권 우선협성대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1500억원 규모의 강원랜드 OCIO 기관으로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선정됐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이 그나마 나오는 것은 현재 대형 연기금들의 위탁운용을 하는 등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며 "최근 OCI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규모도 커지는 추세여서 금융당국에서도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