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에 떠오르는 '야권통합경선' 가능성…경선룰은?
입력 2020.12.21 14:16
수정 2020.12.21 15:12
안철수 비롯한 범야권 후보들 망라하는 '통합경선' 가능성 대두
국민의힘 후보 선출 후 '단일화 경선'엔 대체로 난색…실패 전례
성공적 통합경선 위해 '공정한 경선룰' 마련이 최우선 과제 평가
100% 국민여론조사·국민의힘/국민의당 당원 배분 방안 등 제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야권 단일 후보 선출 방식'에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군과 안 대표가 함게 경선을 치르는 '야권통합경선 실시'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책임당원 20%가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의힘 경선룰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혹은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야권통합경선, 국민의힘 후보 선출 후 안 대표와의 단일화 경선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양당의 합당 혹은 안 대표의 입당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에도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통합과 입당도 물론 단일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서울시민들의 인식에 비춰봐서는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인식과 판단을 공유하고 있다"고 당내 부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 대표가 당으로 들어와 '국민의힘' 이름 아래 경선에 임하는 것을 가장 좋은 그림으로 보고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안 대표와 범야권의 모든 후보가 함께 참여하는 '야권통합경선'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선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야권통합경선 방식에 대해) 개인적 판단으로는 그런 것까지 다 오픈한 상태로 봐야한다고 본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들어와라' 하는 말씀은 있었지만 정치라는 것이 과거 발언 중에서 지켜야 될 약속도 있고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 바뀌어야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단, 국민의힘만의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한 후 안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을 하는 시나리오에는 대체로 선을 긋는 모양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야권 후보 간 단일화 경쟁을 하며 비방전이 오가는 그림이 좋지 않고, 혹여 막판 이견과 자존심 싸움으로 단일화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선거 당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하다 실패한 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허무하게 패했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제1야당' 국민의힘의 후보 경선이 마치 안 대표와 경선할 주자를 선출하는 전초전 형식으로 비춰지는 데 대해 예상되는 당원들의 반발도 외면하고 넘어갈 수 없는 요소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국민의힘에서 열심히 경선을 거쳐 승리한 후보가 당 밖의 안 대표와 한 번 더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만약 안 대표가 이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출마는 야권 단일화가 아닌 '본인단일화'의 고집밖에 되지 않는다. 야권단일화가 아닌 야권분열의 우려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가 기득권과 특혜 없이 야권후보의 통합경선에 참여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이미 출마를 선언한 분들과 앞으로 출마합류할 분들과 함께 안 대표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공정한 경선룰에 따라 선의의 경쟁을 거친다면, 이길 수 있는 시장후보가 멋지게 선출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의 언급처럼 야권통합경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선룰' 마련이 최우선 과제라는 평가다. 안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외부의 범야권 인사들이 다 함께 경선을 치르게 될 경우, 본경선에서 국민여론조사 80%-책임당원여론조사 20%를 골자로 한 현 경선룰의 수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관심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4.7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의원의 행보에 모아진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입당하지 않아도) 누구든 시민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을 생각"이라고 밝혀 야권통합경선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진석 의원도 전날 공관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각오를 밝히며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믿는다.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만을 좇아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를 과감히 버리고 야권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겸허한 자세와 희생정신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야권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안 대표를 비롯한 범야권 인사들을 모두 아우르면서도 어느 한 쪽에 불리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성을 담보하는 경선룰 마련을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후보들만 치르는 경선이 아니라면 최종 형태는 국민여론조사 비율 100%의 완전한 '국민경선'으로 갈 확률이 높다"며 "단 역선택(상대 정당 지지자들이 경선 과정서 상대당 약체 후보를 지지하는 것) 방지조항 등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경선에서의 역할 소멸로 인해 예상되는 책임당원들의 반발을 매끄럽게 해결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차경선에서는 현재 룰대로 국민여론조사 비율 100%로 진행한 뒤 후 본경선에서 국민의힘 당원, 국민의당 당원, 국민여론조사의 배율을 정해서 하는 방안도 있다"며 "배율을 나누는 부분에서 셈법이 상당히 복잡하고 진통도 따르겠지만, 정당 후보를 뽑는 절차에서 당원들을 배제했다는 프레임을 굳이 짤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같은 야권통합경선의 부작용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를 포함한 '원샷 경선론'을 단호히 반대한다. 그 길은 결코 이기는 길이 아닌 것"이라며 "'경선 당원비율' 등 논란이 불거져 야권을 복잡하게만 만들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03석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미스터트롯' 방식의 인물발굴에 나서면 된다. 그 상황에서 안 대표가 여전히 의미 있는 후보로 남아있다면 그 때 범야권후보 경선판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며 "섣불리 '원샷 경선판'을 벌리면 오히려 그저 이름값 경선판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우리 당 후보들의 진가를 발휘하게 하도록 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