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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 주체 뒤바뀐 '노무현 정신'…"지금의 민주당은 운동권 조직일 뿐"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2.20 09:00 수정 2020.12.20 09:10

'노무현 정신' 계승했다 자부한 文정권의 거듭된 위선·내로남불

원칙과 야당 존중 강조했던 노무현 정신은 사라지고 독주·불통

되레 야권서 '노무현 정신' 언급…"그라면 이렇게 정치 안 했을 것"

진중권 "지금 민주당은 의 민주당 아냐…이해찬의 운동권 조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노무현재단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이 아니고,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이 아니다.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은 '운동권 조직'이지 옛날 리버럴 정당이 아닌 것"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위선·내로남불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진보진영의 대표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가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의 민주당을 정의한 발언이다.


'조국 사태'로 시작해 '윤미향 사태' 그리고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워 문재인 정권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까지, 무엇보다 '원칙'을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했다 자부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그 정당성을 스스로 파괴하고 '노무현 유산'을 탕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현실화된 최근 들어,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는 빈도가 정부여당 인사들이 아닌 야권 인사들의 입에서 보다 자주 등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을 수사하다 '정직 2개월' 징계와 함께 식물총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윤석열 검찰총장 사태를 바라보며 "노 전 대통령이라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야권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문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안을 속전속결로 재가하자 "원칙을 강조하던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가 맞는가"라며 "여당의 일방적 강행처리로 얼룩진 채 끝난 정기국회와 자신들의 비리를 향한 수사를 막으려고 검찰총장을 탄압하는 추악한 정권의 모습을 보며 문득 노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고 언급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를 강조했고, '원칙 없는 승리'보다는 차라리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다. 그렇기에 국정운영에서도 원칙을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만약 국회에서 다수의 힘에 의한 횡포와 밀어붙이기로 입법 독재를 하는 모습을 봤다면 지금 이 정권처럼 '정치적 승리'라며 희희낙락하지 않으셨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었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악 같은 원칙 없고 스스로 자기모순을 인정하는 지저분한 법 개정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고, 윤 총장 징계 건도 마찬가지"라고 돌아봤다.


노무현이 추구했던 탈권위와 수평적 리더십, 文정부서 실종
"민주주의에 강한 신념 가졌던 노무현과 문재인, 상반된 길 가"
"文, 소수의 존중과 타협의 정치에서 한참 멀어진 제로섬 정치"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데일리안 DB

안 대표의 언급처럼 노 전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하며 야당의 목소리를 최대한 존중했던 모습을 보여 후대에 회자되곤 한다. 대연정(이념이 다른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하여 함께 정부를 구성)과 당청분리를 앞장서 제안한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비극으로 끝났던 말로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을 평가하는 기류가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탈권위와 수평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의지는 그가 정치를 하는 내내 추구했던 최우선 가치였다는 평가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진영에 불리한 아젠다도 설득하며 당당하게 맞섰고, 후대에 그런 자세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며 "반면 문 대통령은 비겁하게 윤석열 총장을 '차도살인'하며 내 손은 깨끗하다 국민들에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국 UCL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으며 '포퓰리즘의 관점'에서 노 전 대통령을 연구했던 윤주진 담론과 대안의 공간 대표는 "의회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에 강한 신념을 가졌던 노 전 대통령에 비해 지금의 문 대통령은 완전히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1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임기 초 탄핵 갈등으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한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여야 합의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라크 파병, 제주해군기지 건설, 한미FTA 문제 등에서는 전향적인 면모마저 보였다. 본인이 밀어붙이려했던 여러 법 개정안들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면 완화하고 수정했던 것이 노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반면 문재인 정부는 대부분의 갈등 이슈에 대해 결코 물러설 줄 모르는 이른바 '제로섬 정치'를 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소수의 존중과 타협의 정치에서 한참 멀어진 정권"이라고 질타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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