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윤석열 징계, 억지·궤변 점철된 독재의 첫 단추"
입력 2020.12.16 11:42
수정 2020.12.16 12:59
"공수처 출범·검찰 인사 통한 권력형 비리 은폐 위한 시간벌기 용도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는 권력의 일탈, 사법부가 바로잡아야 할 것
촛불혁명 일궈낸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절대 권력의 타락 감시해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냈던 김경율 회계사가 대표로 있는 경제민주주의21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해 "절차와 증거를 무시하고 억지와 궤변으로 점철된 헌정 질서 문란의 서막"이라며 "합법의 탈조차 제대로 쓰지 못한 독재의 첫 단추"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경율 대표는 이날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징계위가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혐의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2개월 정직의 징계처분을 의결했지만 이 사건을 직접 감찰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재판부 사찰의혹과 관련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채널A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MBC와 제보자X간 통화기록을 수사팀이 은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핵심 징계 혐의들이 모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사징계위원회는 수많은 절차적 하자를 무릅쓰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결정한 것"이라며 "경제민주주의21은 절차와 내용 모두가 불법과 부당으로 점철된 이번 징계위 의결을 '헌정 질서 문란의 서막'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는 권력의 일탈을 멈춰 세울 것과 촛불 혁명의 주역인 시민들이 다시 한 번 절대 권력의 타락에 대한 감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징계의 본질은 '윤석열 찍어내기'다. 그 이유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직무상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라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원전 폐쇄 의혹 수사 등 현 집권층이 불편해할 수밖에 없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내용을 수사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핵심부에는 칼을 들이밀지 말라'는 치외법권적 메시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직무다.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형사소송법 제195조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이 규정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동법 제12조 제3항이 규정한 검찰총장의 임기제 등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까지도 수사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정지 일부 인용 결정문에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 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천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법률이 규정한 검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려고 한 검찰총장의 손과 발을 존재하지도 않는 수사 방해 혐의로 꽁꽁 동여매는 것은 아이러니를 넘어 가소로운 작태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또 "이번 징계의 혐의가 도대체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은 징계의 기초가 된 감찰을 담당했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의 증언과 기록으로 명확히 드러났다. 소위 '판사사찰' 문건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소위 '검언유착' 사건으로 포장된 채널A 사건의 경우 오히려 피해자가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점보다 앞선 올해 2월에 MBC와 제보자X로 알려진 지 모씨 간에 수차례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도 나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검언유착이 아니라 오히려 '권언유착'의 실마리가 잡힌 것이지만 이 검사의 최초 보고서 일부는 삭제되었고, 서울중앙지검은 MBC와 제보자X 간의 통화 내역을 외면했다"며 "검사징계위원회는 이런 증언과 팩트를 모두 무시했다. 이번 징계 결정이 억지와 궤변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징계의 절차적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김 대표는 "먼저 지난 1일 법무부 산하 감찰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직무배제, 수사 의뢰 등의 처분이 부적정하다'고 결론내렸는데도 법무부는 이런 결론을 미리 염려했기 때문인지 관련 규정을 개정해 감찰위원회 결정을 권고로 격하시켰다. 합법을 가장한 꼼수"라며 "징계위 구성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검사징계법 자체가 검찰총장의 징계를 본격적으로 상정하지 않은 채로 입법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허점과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그런 불완전한 규정조차 입법 취지에 따라 집행되지 않았다. 이번 징계를 의결한 4인의 징계위원은 전원이 기피신청의 대상이 되었고, 기피신청을 기각하는 의결과정 또한 사실상의 불법과 꼼수로 뒤덮인 것"이라며 "그 외 ▲기일 통지 ▲관련 기록의 열람 ▲증인 채택 등 징계 절차의 모든 측면에서 절차적 하자가 노정되었다. 그저 ‘내 맘대로 하는 원님 재판’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더해 "민주 사회에서 정치 권력의 정당성(legitimacy)은 '피치자의 동의(the consent of the governed)'로부터 나오며, 그 동의의 상징이 헌법이고 국민의 대표가 그 헌법을 구체화한 것이 법률이다. 그래서 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행사되어야 하고, 끝없이 그 테두리 안에서 감시받고 견제받아야 하고, 그것이 법치주의"라며 "이번 윤 총장 징계는 그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그래서 그것이 법치주의의 훼손이고 헌정 질서의 문란인 것이다. 우리들이 여기서 이 일탈을 끝내지 못하면 필연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참살할 것"이라며 "경제민주주의21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통제받지 않으려는 권력의 일탈을 단호하게 멈춰 세울 것과 촛불혁명의 주역인 시민들이 다시 한 번 절대 권력에 대한 감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