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영의 적바림] 정유사에 환경세 폭탄 안긴 文정부
입력 2020.11.19 07:00
수정 2020.11.19 05:16
정부·국회, 매년 정유사에 수천억원 '환경세 폭탄' 추진
'정유사 죽이기'는 곧 산업경쟁력 하락…이중과세 정책 철회해야
취임 초부터 각종 산업 분야에 '폭탄'을 안겨온 문재인 정부가 이번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에만 5조원대 적자를 낸 정유사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내년부터 매년 수천억원의 '환경세 폭탄'을 정유업계에 안길 심산인 듯하다.
정부는 내년 8월부터 자동차 경유에 포함되는 바이오디젤 의무비율을 현재 3.0%에서 3.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내년 3.5%로 올린 뒤 3년 마다 0.5%p씩 올려 2030년엔 5%까지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렇게되면 정유사들이 2030년까지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만 1조원을 넘어선다.
바이오디젤 의무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정유사들은 추가적으로 인프라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바이오디젤 가격이 일반 경유 보다 비싸기 때문에 최종 제품 가격은 그만큼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 인상안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된다.
국회에서도 '환경세 폭탄' 관련 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다. 김태흠 의원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유류 정제·저장시설 및 천연가스 제조시설에 제품 생산량에 따라 ℓ당 1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율을 인상해 지방 세수를 늘리자는 취지다.
김회재 의원은 국가산단 내 유해화학물질 배출 기업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되면 정유사는 매년 2000억원의 세폭탄을 맞아야 한다. 5년이면 1조원, 10년이면 2조원이다.
경유세 인상안도 미세먼지 이슈가 등장할 때 마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단골손님이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려면 연료비를 상향해야 한다는 '단순무식'한 논리다. 그러나 경유차는 영세업자들이 생계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서민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유세 인상 대신 매연저감장치 장착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간 환경과 정유산업간 이슈는 지속돼왔지만 최근 들어 정유사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정책들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고수해 온 강압적 환경정책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현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 과제에 발맞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 정부 기조의 대척점에 있는 것 중 하나가 정유산업이다.
정유사들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어 환경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니 규제를 강화해 이들의 손발을 묶고, 대신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강화하자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미 정유사들은 강화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맞게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데다 환경오염 방지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매년 230억원의 부담금까지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 과세로 정유사들을 옥조이겠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과잉과세이자 역차별적인 행태다.
더욱이 정유사들은 이 같은 '세폭탄'을 감당할 여력도 없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부진, 정제마진 악화로 창사 이래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에 신음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가 손을 맞잡고 '정유사 죽이기'에 나서고 있으니 이들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정유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각종 '세폭탄'으로 정유사들을 압박하면 이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정유공장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등 전 산업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단가 인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친환경 기조에 눈이 멀어 국가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둔한 정책이 나라 살리는 기업들을 망치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