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에 내년 석유 수요도 부진…정유사 시름 가중
입력 2020.11.04 06:00
수정 2020.11.03 17:45
EIA, 2021년까지 글로벌 석유 수요 일평균 1000만배럴 하회 전망
글로벌 기업들 가동중단 및 시설 폐쇄…국내 정유사들 '탈석유' 가속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내년까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역시 저시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정유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간 석유수요는 '코로나 리스크' 영향으로 예년 수준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EIA(미국 에너지관리청)은 올해 석유수요가 일 평균 9284만배럴을 기록, 전년(1억146만배럴) 보다 8.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적으로 각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은 코로나19 재확산세로 5일부터 영국 전역에 봉쇄조치를 재도입키로 했다. 비필수 업종 가게는 영업이 중단되고 필수인력 외에는 재택근무가 시행될 예정이다.
독일 역시 코로나 영향으로 부분폐쇄에 돌입했다. 11월 한 달간 숙박업체를 비롯한 문화시설은 영업이 중지된다. 미국 역시 지난 2주 동안 신규 확진자 수만 100만명을 돌파해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 조치가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석유 수요 흐름도 드라마틱한 반등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IA는 2021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당 9909만배럴로 올해 보다 6.8% 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전히 1000만배럴을 밑도는 수준으로, 예년 규모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요 감소에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OPEC+) 등은 올해 초부터 감산을 실시,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수요 감소세가 뚜렷해 공급과잉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석유 공급량은 감산 효과로 올해 9458만배럴을 기록, 전년 보다 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올해 예상 석유 수요량 보다는 174만배럴을 초과한다.
이 같은 수요 급감으로 글로벌 주요 에너지기업들은 정유시설을 폐쇄하거나 가동 중단을 검토중이다. 실제 일본 정유사 에네오스는 오사카 정유공장을 영구 폐쇄했다. 오사카 공장은 하루평균 11만5000배럴을 생산해온 대규모 정제시설이다.
메이저 석유회사 중 하나인 로열더치쉘 역시 10월 대규모 인원 감축에 이어 필리핀 바탕가스주에 있는 하루평균 11만배럴 규모의 타방가오 정유시설을 영구 폐쇄키로 했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세가 더뎌 수요 회복세가 요원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수요 저조로 석유제품을 팔 곳이 없으니 수익성이 나지 않는 설비를 우선으로 폐쇄·가동중단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역시 저시황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정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평균 유가(WTI)는 전년 대비 배럴당 18.23달러 낮은 38.76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에는 소폭 개선되지만 40달러대 수준인 44.72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탈석유'를 위한 사업 재편 작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를 상업용 복합시설로 개발키로 했다. 여기엔 전기차 충전 및 공유 오피스, 근린생활 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조 단위 투자를 시행중이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의 추가 증설을 단행,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