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정의 유통Talk] 정부 자화자찬이 애처로운 ‘코세페’
입력 2020.11.18 07:00
수정 2020.11.17 10:39
올해로 다섯 번째, 여전히 물음표 남긴채 막 내려
역대 최대 기업 참여에도 콘셉트 없는 ‘초라한 위상’
낮은 소비자 인지도 등 과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떠들썩한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해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사실과 다를 때 흔히 쓰는 속담.
올해 열린 '코리아 세일 페스타'(이하 코세페)도 딱 그런 모양새다. 벌써 다섯해 째 치렀지만 여전히 아쉬움과 물음표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코세페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시작된 행사다. 처음에는 유통업체들만 참여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했지만, 최근 쇼핑뿐 아니라 관광, 문화, 축제 등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금의 코세페가 됐다.
올해 코세페는 ‘역대 최대’ 기업이 참여하면서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참여 업체는 지난해보다 2배 많은 1328개, 참여 지자체도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모두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 행사로 개최됐다. 할인율 역시 기존30%대에서 벗어나 50~70%로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코세페의 위상은 여전히 초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행사를 민간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이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관(官)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어서다.
아직도 코세페의 시작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알리고, 민간 기관이라던 코세페 추진위원회는 수년간 정부 기관의 정책 자문을 해온 인물이 이끌어간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아는 사람만 아는 행사’라는 점이다. 국민 쇼핑 축제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참여 업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돼야 하지만, 주최 측 생색내기 식에서 그쳤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음 축제를 위한 반성과 계획은 뒷전인 채 “기대 이상 성과”라며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 “코로나로 얼어붙은 골목상권·지역경제에도 온기가 돌았다”는 언급도 나왔다.
물론 미국의 블프나 중국의 광군제를 따라잡아 '쇼핑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포부를 나무랄 이유는 없다. 또 경제 살리기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건 당연히 정부가 할 일이다.
하지만 효과 없는 ‘탁상정책’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명확한 콘셉트와 구체적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세밀한 접근이 선행돼야만 한다.
블프와 광군제 흉내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주축으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는데 힘써야 할 때다.
정부는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파격적인 흥행을 이끌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제는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그에 대한 극약처방을 내려야 할 차례다. 효과없는 관제 행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