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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내년에도 같이 했으면..." 불혹 앞둔 은인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10.23 16:06 수정 2020.10.23 16:32

기자회견서 베테랑 포수 몰리나와 투수 웨인라이트 언급

우여곡절 겪은 2020시즌, 평생 잊지 못할 은인으로 꼽아

김광현이 데뷔 시즌 은인으로 꼽은 몰리나(왼쪽)와 웨인라이트. ⓒ 뉴시스 김광현이 데뷔 시즌 은인으로 꼽은 몰리나(왼쪽)와 웨인라이트. ⓒ 뉴시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3일 오전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3일 오전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아 내가 여기 왜 왔을까. 야구도 못하고..야구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정말 우울했다.“


금의환향한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김광현(32)은 당시 정말 괴로웠다.


김광현은 23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을 돌아봤다.


지난 겨울 KBO리그 SK 와이번스를 떠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800만 달러에 계약한 김광현은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막일이 수개월 지연되는 등 낯선 타지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아내,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낯선 미국의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한 김광현은 코로나19로 개막일조차 잡을 수 없던 시기에 SNS를 통해 "나한테만 불행한 것 같은 시기...힘들다. 하지만, 또 참아야 한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한국 프로야구 동료들이나 야구팬들도 힘겨워하는 김광현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완전히 꼬여버린 2020년으로 생각했지만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 후 김광현은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올렸고, 선발투수로 승리도 챙겼다. 첫 승을 올리고 울컥했던 김광현은 팀 내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며 포스트시즌에서 ‘1선발’ 역할까지 소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조차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데뷔 후 세이브, 선발승,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까지 이뤘다.


"그 어려운 시기를 버틴 것이 행운으로 돌아왔다"고 자신에게 박수를 보냈다.


반전을 도운 은인들도 잊지 않았다. 김광현은 그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존경과 감사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포수 야디어 몰리나를 먼저 꼽았다. 김광현은 한 시즌 내내 호흡한 몰리나에 대해 “내가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은인이다. 투수를 가장 편하게 해준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몰리나는 타자가 못 치는 공이 아닌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던지도록 만드는 포수"라면서 "그만큼 나에 대해 연구와 공부가 많이 됐다는 의미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몰리나는 현재 FA 자격을 얻어 잔류 여부는 불확실하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3일 오전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3일 오전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개막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베테랑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도 빼놓지 않았다.


김광현은 코로나19로 열악한 환경에서 외롭게 훈련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김광현에게 손을 내민 선수가 웨인라이트였다. 캐치볼 파트너를 자청했고 메이저리그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했다. 미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김광현에게는 큰 힘이 됐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 집 마당이 넓었다. 그곳에서 하는 캐치볼이 당시 할 수 있던 유일한 훈련이었다"며 "문을 닫은 공원에서 둘이 캐치볼을 한 적도 있다. 당시 보안관이 웨인라이트 팬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개막 전에도 김광현은 “웨인라이트가 없었다면 한국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함께 훈련하면서 웨인라이트의 가족과 친해졌다는 김광현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가족끼리 함께 만나자는 약속도 했다.


몰리나와 마찬가지로 웨인라이트 역시 FA 자격을 얻어 내년 시즌 세인트루이스 잔류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몰리나나 웨인라이트는 세인트루이스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적 보다는 잔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예단할 수 없다.


선수 의지도 중요하지만 불혹을 앞둔 이들과 ‘비즈니스’를 해야하는 세인트루이스의 입장도 있다. 김광현 바람대로 은인인 몰리나, 웨인라이트와 함께 ‘구단 전용기’를 타고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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