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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간보는 외국인...자루에 담은 건 ‘저평가株’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09.22 05:00 수정 2020.09.21 17:31

지난수 6472억원 순매수...SK하이닉스 5425억원 사들여

외환 변동성 확대...“환율보다 수출주 실적모멘텀 더 커”

외국인들이 저평가된 국내 대형주를 '싼 가격'에 매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진 종목들의 반등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외국인들이 저평가된 국내 대형주를 '싼 가격'에 매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진 종목들의 반등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원화 강세 속도가 빨라지는 등 외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변화를 둘러싼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은 상반기 시장을 이끈 고평가 성장주보다는 가격 메리트가 돋보이는 대형 저평가주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경기회복 주도주와 함께 외국인 순매수의 교집합에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주(14~18일)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6472억3322만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팔자’ 기조를 이어간 뒤 지난달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율은 30%로 지난 2016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이달 중순부터 한국 주식을 사들인 뒤 지난 21일에는 다시 724억원 가량 순매도 전환을 보이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최근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발을 담근 것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환율은 위안화 초강세와 맞물려 1180원대의 박스권에서 벗어나 1160원대로 떨어졌다. 위안화는 양호한 경기 펀더멘털과 채권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강세 기조를 보였다. 위안화와 연동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외국인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는 요소다. 외국인 입장에선 국내 주식 투자를 통한 자본이득과 함께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장바구니를 보면 가격 메리트가 돋보이는 반도체 등 대형 수출주를 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5425억원)이다. 이어 LG화학(2810억원), 삼성전자(2741억원)가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679억원), 기아차(211억원) 등 자동차주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증시가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의 내재가치와 비교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들의 기업가치가 향후 정상화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업황 사이클과 맞물려 실적·주가의 등락이 반복돼왔지만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전자는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탈피하지 못했는데 디램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 보니 실적의 안정성이 낮고, 신성장 아이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파운드리 고객 확보와 5G 통신장비 수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 안팎에서 머물러 있던 밸류에이션이 2배 이상으로 뻗어나갈 단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도 긍정적인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코스피가 67% 오르는 동안 SK 하이닉스는 18% 수준의 반등에 그쳤지만 안 좋은 요인들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특히 실적 방향 변화 4~6개월 전에 주가 방향이 바뀌어 왔던 학습효과를 감안하면, 점진적 비중 확대에 무게가 실리는 쪽으로 분위기가 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팔면서도 선별 매수하는 대상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시총 대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업종은 섬유·의복, 비철금속, 전자·부품 등이다. 종목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현대글로비스, 휠라홀딩스, 에스엠, 풍산, DGB금융 등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정상화라는 증시 성격 변화에 한발 먼저 베팅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하락한 언택트 성장주를 다시 볼 때가 아니라 경기회복 주도주와 외국인 순매수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효과적인 시기”라고 조언했다.


현재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 문제는 글로벌 경기와 교역회복이 가시화되며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와 대표 수출주인 반도체, 자동차의 내년 이익 모멘텀은 각각 40%, 39%, 53%에 달한다. 환율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펀더멘털 모멘텀이 환율 효과보다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 효과가 내년 코스피와 수출주 실적 모멘텀을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환율보다 양호한 글로벌 경기, 이와 맞물린 업황·실적 개선 기대가 증시와 수출주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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