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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 신화창조③] "고객에 집중하라", "여러분이 애국자다" 말말말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0.21 07:00 수정 2020.10.20 17:45

'속도전' 집중하는 임직원에 '품질' 강조하며 근본적 경쟁력 챙겨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 미리 내다보고 대응 주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자료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자료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은 화려한 언변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달변가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감정 표현도 다소 서툴다. 대신 상황에 따라 핵심을 짚는 말 한마디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거나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무게감 있는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정 명예회장은 ‘품질경영’을 앞세워 현대자동차그룹을 지금의 위치에까지 올려놨다. 그만큼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하는 단어도 ‘품질’이었다.


현대차가 기아차와 한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고속 성장을 하던 2000년대 중반. 정 명예회장은 ‘품질’을 강조하며 자칫 속도전에 치중하느라 등한시할 수 있는 제품의 근본적 경쟁력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


그는 2006년 1월 현대차그룹 신년사에서 “품질은 제품의 근본적 경쟁력인 동시에 고객의 안전과 감성적 만족에 직결되는 요소이며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며 “품질만큼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다져달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등극한 직후인 2011년 1월 신년사에서는 “우리가 세계 5위보다 낮은 7위가 되든, 8위가 되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게 고장이 없고 가격이나 기술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시 한 번 임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판매대수로 산정되는 등수에 연연하느라 품질을 등한시하다가는 한번에 무너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대수가 800만대를 넘어선 2010년대 중반에 정 명예회장은 다시 한 번 품질을 강조했다. 800만대는 업계에서 품질 리스크 관리가 힘들어지는 고비로 평가된다. 토요타가 2010년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도 글로벌 판매물량이 연 1000만대에 육박하면서 품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7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고객에게 집중하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최대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판매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 전 부문에서 업무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해 8월 현대차 러시아,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잇달아 방문한 정 명예회장은 “생산 각 공정에서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시장 수요에 탄력적 대응체계를 갖추라”(체코 공장), “결국 고객들이 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품질인 만큼 계속 고객 지향의 품질주의를 확고히 해달라”(슬로바키아 공장)며 재차 품질을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2016년7월 8일 옛 한전본사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두고 있는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2016년7월 8일 옛 한전본사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두고 있는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정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으로서의 책임감과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가는 업체로서의 사명감을 가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014년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할 당시, 다소 과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왔을 때 ‘애국주의’를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모두 수고했고 고생 많았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100년을 내다본 결정이었다”고 임직원들을 치하한 뒤 “금액이 과하다는 말도 있지만 사기업이나 외국으로부터 사는 것이라면 고민했겠으나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라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글로벌 시장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올해 사상 최대 판매가 예상된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고군분투해 준 여러분이 바로 애국자”라며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미국 연방 상·하원의원들이 2016년 3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차 디자인센터에서 컨셉트카들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정몽구 회장, 뎁 피셔 상원의원, 맨 우측 태드 코크란 상원의원.ⓒ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과 미국 연방 상·하원의원들이 2016년 3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차 디자인센터에서 컨셉트카들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정몽구 회장, 뎁 피셔 상원의원, 맨 우측 태드 코크란 상원의원.ⓒ현대자동차그룹

정 명예회장은 CASE(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찌감치 내다보고 철저히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가 본격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기술 융복합에 따른 산업의 변화로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됐다”고 산업 패러다임 급변에 따른 리스크를 경고한 정 명예회장은 2년 뒤인 2016년 신년사에서 “올해 자동차 산업은 기존 메이커 간 경쟁심화와 함께 자동차의 전자화에 따른 산업 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IT 기술과의 접목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정 명예회장은 그해 6월 발간된 현대차 업PR브로셔 ‘2016 현대 블루웨이브’의 CEO 메시지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 등 친환경차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고,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 지능형 스마트 카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회사의 미래 성장방향을 언급했다.


같은 해 7월 열인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는 “끊임없는 혁신만이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시장 변화를 먼저 이끄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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